[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서울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오는 14일 파업에 돌입한다고 예고했다. 앞서 노조 측이 주장한 구조조정 철회, 공익서비스 비용 국비 보전 등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전국 주요 지하철 노조(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와 연대해 사상 초유의 대규모 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아직 예고된 파업이 열흘 가량 남아 있지만 공사 재정난을 둘러싸고 서울시와 정부의 입장이 워낙 완강해 당장 지원은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파업에 돌입할 경우 추석을 앞두고 시민들이 큰 혼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 지난달 23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6개 지하철노조 위원장이 ‘전국 6대 지하철노조 총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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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사측과 노조는 지난달 31일 서울지방노동위의 권고에 따라 파업 중단을 위한 교섭을 진행했다. 다만 이 자리에서 양측은 공사 재정난을 막기 위해 이달 예정됐던 공사채 발행 중단 및 자구 노력을 위한 구조조정 진행이라는 기존과 다름없이 큰 이견만 확인한 채 교섭을 종료했다.
여기에 노조 측이 65세 이상 어르신 무임수송 등 공익서비스 비용을 정부가 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내년도 정부 예산에 관련 지원 내용은 반영되지 않았다. 서울교통공사 상급기관인 서울시도 “정부의 무임승차 정책 이행에 따라 발생한 재정손실은 정부가 보전해야 한다”며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이에 따라 서울교통공사 노조 측은 지난 1일 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 지역 도시철도 노조와 대표자 회의를 열고 ‘공익서비스 비용 국비 보전 입법화’에 대한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오는 14일 서울교통공사가 파업에 돌입할 경우 나머지 노조도 상경 투쟁을 벌이기로 의견을 모았다.
김대훈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위원장은 “정부와 서울시는 재정난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면서, 한목소리로 구조조정 압박만 일삼고 있다”며 “마지막까지 대화 노력을 기울이겠지만 결국 구조조정 강행 의사를 굽히지 않는다면 마지막으로 선택할 수 있는 건 파업 뿐”이라고 말했다.
 | 3일 오전 서울 지하철 여의도역.(사진=연합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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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교통약자를 대상으로 한 무임수송 서비스는 노인복지법·장애인복지법에 따라 1984년(서울 기준)부터 시작됐다. 이후 현재까지 정부의 비용 지원 없이 각 도시철도 기관이 시행 중이다. 다만 지하철 무임승차는 1980년 65세 이상 노인이 인구의 3.9%에 불과하던 시절 경로우대 목적으로 도입됐다. 하지만 현재 노인 인구가 전체의 20%에 이르면서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졌다. 전국 도시철도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은 최근 4년간 연평균 6000억원에 달한다. 더욱이 정부가 철도산업발전기본법에 따라 현재 한국철도(코레일)을 대상으로는 무임수송 비용을 60% 가량 지원하고 있어 형평성 논란도 거세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