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 진술도 신빙성 인정…자매 성추행 父에 징역형

차녀 강제추행해 복역후 지적장애 장녀에 재범
1심 무죄 → 2심 징역 6년, 취업제한 5년 명령
"지적장애 피해자 진술 신빙성 기준 확인 의미"
  • 등록 2024-09-09 오전 10:42:08

    수정 2024-09-09 오전 10:42:08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친딸을 성추행한 아버지에 대해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났지만 2심에서는 징역 6년, 40시간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5년간 취업제한명령이 선고됐다.

사진=게티이미지
9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광주고등법원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부장판사 양진수)는 친딸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친족관계에 의한 강제추행) 사건 항소심에서 징역 6년, 40시간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5년간 취업제한명령을 선고했다.

B씨는 지적장애가 있는 여성이며, 피고인 A씨는 B씨의 친부다. A씨는 2008년경 친딸인 B씨의 여동생을 강간 및 강제추행해 징역 7년을 선고받고 복역했는데, 이후 2021년과 2022년에 또다시 친딸인 B씨의 가슴과 음부를 만지는 등 강제추행 범행을 저질렀다.

B씨는 지난해 1월 경찰서에 강제추행 피해사실을 신고했고, 대한법률구조공단의 피해자 국선변호사가 선정됐다. B씨는 전북해바라기센터에서 피해자 조사를 받았고, 피해자 국선변호사가 동석해 진술조력을 하고, 피해자를 면담해 피해자의 진술이 재판에 반영될 수 있도록 조력했다.

1심 법원은 A씨가 B씨를 강제로 추행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고, B씨가 해바라기센터에서 진술한 내용과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진술한 내용에서 가슴과 음부를 만졌다는 사실만 진술할 뿐 어떻게 만졌는지 구체적으로 진술하지 못한 점 등 B씨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어 유죄의 증거로 삼기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 법원은 이 사건 유일한 직접증거인 피해자의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해 범죄사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B씨는 심한 지적장애 판정을 받아 4~7세 정도의 인지능력 수준이며, 지능검사 결과 ‘중증도 정신지체 수준’으로 나타났으나 이와 같은 지적장애 수준을 고려하면 주요 부분에 대해 피해 경험을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고 판단해 A씨의 유죄를 인정했다.

B씨를 대리해 피해자 진술조력을 전담한 공단 소속 원명안 변호사는 “피해자가 장애로 인해 피해사실에 대해 풍부하고 상세하게 표현하지 못했으나 피해경험에 대해 전반적으로 일관되게 진술했고 오히려 장애에도 불구하고 수년전 발생한 사건에 대해 일관되게 피해사실을 진술하고 있는 점, 수사기관이 아닌 곳에서도 피해사실을 일관되게 진술하며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춰 범행사실과 무관한 사항에 대해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범행사실에 대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해서는 안된다는 것임을 명확히 했다”면서 “특히 이 사건은 아동 및 지적장애가 있는 성인 피해자의 진술의 신빙성의 기준을 다시 확인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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