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인공지능반도체(AI) 선두주자인 엔비디아와 AMD가 사우디 아라비아의 AI 기업 ‘휴메인’(Humain)에 대규모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용 반도체를 공급하기로 했다. 이 프로젝트는 총 100억달러 규모로, 데이터센터와 ‘AI 팩토리’를 포함한 인공지능 인프라를 구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 루스 포랫 알파벳 최고 투자 책임자(CIO·왼쪽)와 젠슨 황 엔비디아 CEO(오른쪽)가 13일(현지시간) 리야드의 왕궁에서 사우디 왕세자와의 회담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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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사우디-미국 투자 포럼’ 에서 이같은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엔비디아는 자사의 최신 AI 칩 중 하나인 GB300 블랙웰 칩을 휴메인에 1만8000개 이상 판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칩은 사우디 내에 건립되는 최대 500MW(메가와트)급 데이터센터에 탑재될 예정이다.
AMD는 사우디부터 미국에 이르는 지역에 칩과 소프트웨어를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황 CEO는 “AI는 막대한 전력을 요구하며, 사우디처럼 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국가는 엔비디아의 기술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트럼프 행정부가 첨단 기술 수출 규제를 완화하면서 가능해졌다. 미국은 자국 안보를 이유로 중국 등 일부 국가로의 기술 수출을 제한하고 있었지만, 이번 트럼프 대통령 방문에 맞춰 수출 규제 일부를 완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행정부 말에 만든 ‘AI 확산 규칙’은 미국의 첨단 AI 칩과 기술의 전 세계 확산을 제한하여 적대 국가들의 사용을 방지하려는 목적이 있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과도하게 복잡하고 미국의 혁신을 저해하는 규제로 간주하고 철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엔비디아와 AMD는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소수의 대형 데이터센터 사업자에게 집중된 AI 가속기 시장에서 새로운 수요처를 확보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데, 이번 규제 완화가 호재가 된 것이다.
전날 정식 출범한 ‘휴메인’은 사우디 국부펀드(PIF)가 소유한 AI 전문 기업이다. 이 회사는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를 구축하고, 아랍어 기반의 생성형 AI 언어모델도 개발할 예정이다. 이 기업은 장기적으로 수십만 개의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도입할 계획이어서 엔비디아가 공급하는 AI 칩은 많이 늘어날 전망이다. 타레크 아민 휴메인 CEO는 “2030년까지 1.9기가와트(GW)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우디 국부펀드는 엔비디아와 함께 중동 지역에 최대 500MW 용량의 ‘AI 팩토리’를 세울 계획이다. 향후 5년간 엔비디아의 최첨단 반도체 수십만 개가 투입되며, 1단계에서는 GB300 그레이스 블랙웰 칩과 인피니밴드 네트워크 기술을 활용해 1만8000개가 도입된다.
사우디 정부는 개인 및 금융 데이터를 자국 내에 저장하도록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IT 기업들이 현지에 시설을 세우는 사례가 늘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해 사우디 데이터센터에 1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으며, 구글과 오라클도 최근 확장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소식에 힘입어 엔비디아 주가는 뉴욕 증시에서 이날 5.63% 상승했고, AMD 역시 4.01%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