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여야가 바뀌었다. 국민의힘은 이미 야당의 메시지를 내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비판이 더 두드러진다.
더불어민주당은 여당이 낼 법한 정책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그 예다. 여당이 주도하면 야당이 견제하면서 균형을 잡는 게 종래 추경의 모습이라면, 지금은 반대가 됐다.
물론 역대급 여소야대로 시작한 22대 국회 초입부터 봐왔던 모습이다. 새삼스럽지는 않지만 최근 들어 더 두드러져 보인다. 지난 여야 대표의 국회 연설이 예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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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0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1일 각각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했다. 이 대표는 마치 집권여당의 메시지를 냈고 권 원내대표는 야당 대표의 모습을 보였다.
이 대표는 ‘잘사니즘’과 함께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했다. 권 원내대표는 처음부터 이재명과 민주당에 대한 비판이었다. 그에게서 이재명은 19번 언급됐고, 민주당은 45번 나왔다. 그의 연설이 끝나고 난뒤 집권여당으로서의 메시지는 남지 않았다.
 |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2회 국회(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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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두 대표의 연설 뿐일까. 의원들 상황도 비슷해 보인다. 지난 11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 때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중국이 우리 영해 근해에 거대 구조물을 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 국방부의 무력함을 지적했다.
민주당에서 박선원 의원이 나서 이를 반박했다. 요지는 ‘우리 해군을 못 믿는가’였다. 야당 의원이 정부 부처를 옹호해준 셈이다. 박 의원이 국가정보원 차장 출신이고 윤 의원이 반중정서를 자극해보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해도, 흔치 않은 장면이긴 하다.
이쯤되면 다가오는 ‘판의 변화’를 여당 의원들은 물론 지도부도 읽고 있는 것 같다. 비록 겉으로는 조기대선이라는 단어를 금기시 하고 윤석열 대통령 방어에 집중하고 있지만, 몸은 선거판을 향해 가고 있다는 뜻이다. ‘거대 세력 민주당에 질 수 없다’ 할까.
다만 선거 전 보수정당은 ‘좌클릭’ 행보를, 진보정당은 ‘우클릭’ 행보를 하면서 중도층 공략에 나서는데, 국민의힘이 과연 그 준비가 되어 있는지 의문이다. 오히려 극우쪽으로 치우친 인사들의 목소리만 더 크게 들린다.
갑작스럽게 조기대선 판이 열렸을 때, 그때도 이재명 반대만 외칠 것인지. 아니면 ‘탄핵이라는 불리한 구도 속에 할 만큼 했다’ 정도에서 만족할 것인지. 속내를 알듯 하면서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