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선 국회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이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던진 일갈이다.
이인선 위원장은 “저출산 위기는 단순히 아이를 낳지 않아서 생긴 문제가 아니다. 지금의 청년들과 여성들은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감당할 수 없어서 미루고 있는 것”이라며 “이제는 우리나라의 저출산·고령화 정책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전한 주거, 지속 가능한 일자리, 믿을 수 있는 돌봄체계가 마련돼야 누구든지 아이를 낳고 싶은 사회로 변화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이 위원장은 18일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이데일리 전략포럼’에 참석해 윌렘 아데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임 이코노미스트와 함께 대담을 벌인다. 국제적 맥락에서 한국의 출산율 추이를 점검하고, 나아가 지속 가능한 인구 정책의 대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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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경제·문화분야에서 선진국 지위에 올라섰지만 여전히 심각한 성차별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1996년 OECD에 가입한 이래 줄곧 회원국 중 ‘성별 임금 격차’ 1위의 불명예를 28년째 이어오고 있다. 2023년 기준 OECD 국가의 여성 평균 임금은 남성보다 11.4% 낮았는데, 한국의 경우 그 격차가 29.3%로 가장 컸다. 한국 여성들이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심각한 소득 불평등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주요 대기업에 근무하는 여성 직원 연봉은 남성의 70%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가 지난 3월 발표한 ‘주요 대기업의 업종별 남녀 직원 수 및 평균 급여 비교 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150개 대기업의 남성 직원 평균 급여는 9530만원이었다. 같은 기간 여성 직원 연봉은 6650만원으로, 남성 직원의 69.8% 정도에 그쳤다.
그러면서 “아직도 많은 여성이 경력단절의 문턱 앞에 서 있다. 승진에서 배제되는 경우도 많다”며 “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이 우리 사회에 제대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한국 저출산 “성 불평등과 밀접하게 연결”
그동안 저출산 정책이 자주 바뀌고 정권에 따라 달라졌던 점에 대해서는 “매우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 정부가 국민에게 신뢰를 줄 수 있어야 한다”며 “여성가족위원장으로서 부모들이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도록, 믿고 의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더욱 힘쓰겠다”고 했다.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려운 한국 사회의 현실에 대해서는 “이런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출산율은 오르기 어렵다”면서 “돌봄 인프라 확충은 물론 기업문화 개선을 함께 추진하고 경력단절 걱정 없이 복귀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여가위의 역할이자 위원장으로서의 목표”라고도 부연했다.
불확실성한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을 향해서는 응원의 말을 건넸다. 이인선 위원장은 “감당하고 있는 삶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알고 있다. 그 무게를 덜어주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며 “내일을 계획할 수 있는 여유와 기반을 만드는 것, 그것이 정치를 하는 책임이자 다짐”이라고 말했다.
이인선 위원장은…
△제21·22대 국회의원 △영남대학교 이학사·이학석사·이학박사 △경상북도 정무·경제부지사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장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 △제22대 국회 전반기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