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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질문은 차 부장판사가 영장심사 중 윤 대통령에게 직접 던진 유일한 질문이었다고 알려졌다. 차 부장판사는 윤 대통령을 ‘피의자 윤석열’로 지칭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 부장판사 질문에 윤 대통령은 잠시 침묵하다 “(쪽지는) 김 전 장관이 쓴 것인지, 내가 쓴 것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며 “비상입법기구를 제대로 할 생각은 없었다”고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윤 대통령은 “정말로 계엄을 할 생각이었으면 이런 식으로 대충 선포하고 국회에서 해제 요구안이 가결된다고 순순히 응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도 김 전 장관의 공소장에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후 최 권한대행에게 ‘예비비를 조속한 시일 내 충분히 확보해 보고할 것, 국회 관련 각종 보조금·지원금·임금 등 현재 운용 중인 자금을 포함해 완전 차단할 것, 국가 비상 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할 것’ 등이 기재된 문건을 건넸다”고 적시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비상입법기구가 국회의 기능을 대신하는 것이냐. 정확히 어떤 성격이냐’는 차 부장판사의 질문에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며 구체적 답변은 내놓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총을 쏴서라도 국회에 들어가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자신으로부터 받았다는 군 지휘부의 진술에 대해 “내 수사 경험에 비춰보면 이들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 수뇌부들이 본인의 법적 책임을 회피하게 위해 대통령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취지다.
공수처는 영장심사에서 윤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 지위를 활용해 사건 관련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며 말 맞추기 등 증거 인멸을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이 구속영장 발부시 적시한 ‘증거인멸 우려’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그간 윤 대통령의 혐의 사실 일체를 부인해온 것이 영장 발부에 크게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판사 출신 차성안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불구속 기소돼 한남동 관저에 머무르는 경우 윤 대통령은 직무가 정지돼 아무런 지시권한이 없음에도 대통령 경호처 책임자에 대한 불법적 영향력을 사실상 유지하며 압수수색을 계속 거부하고 핵심 물적 증거를 인멸할 수 있다”며 “범행을 다 자백한다면 증거 인멸의 염려가 낮아지겠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내란죄 구성요건의 핵심 사실관계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차 교수는 “불구속 상태에 있게 되면 윤석열 대통령은 공범들의 지인 등을 통해 허위 진술을 교사하거나 입을 맞추기가 훨씬 용이하다다”며 “인멸될 염려가 있는 진술 증거는 구속된 공범들의 진술에 한하지 않고 불구속 기소된 공범들의 진술이나 기소되지 않은 참고인들의 법정에서의 증언 관련해서 증거 인멸 염려를 따져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