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과학으로 풀어본 이상화의 ‘스피드스케이팅’..마찰력 활용의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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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18-02-18 오후 9:49:03

    수정 2018-02-18 오후 9:55:07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빙속여제’ 이상화(29·스포츠토토)가 오늘(18일) 저녁 ‘맞수’ 고다이라 나오(22·일본)와의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대결에서 석패해 은메달에 머물렀다.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한 이상화는 완벽한 레이스로 소치올림픽 자신의 기록(37초28)과 거의 근접한 37초33으로 피니시라인을 통과했지만, 36초 94로 올림픽 신기록을 세운 고다이라 나오에게 아쉽게 금메달을 내줬다.

여러 감정이 북받치는 듯 이상화는 경기 직후 눈시울을 붉혔지만, 경기장의 관중들은 이상화의 이름을 연호하며 그녀의 아름다운 피날레를 응원했다.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하는 ‘빙속여제’ 이상화가 18일 오후 강원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서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은메달을 차지한 이상화는 레이스 후 눈물을 참지 못했다. 금메달을 딴 고다이라 나오의 품에 안겨 눈물을 흘렸다. 출처: MBC
◇마찰력 줄이고 높이고

스피드스케이팅의 승부는 마찰력을 어떻게 활용하는가가 좌우한다. 발로 힘차게 빙판을 차며 마찰력을 높여 그 반작용으로 추진력을 얻는 ‘푸시오프’와 마찰력을 줄여 앞으로 잘 미끄러지는 ‘활주’를 함께 하며 속도를 높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에 따르면 빠른 속도로 달리려면 마찰력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가속도를 높일 때는 마찰력을 높여 이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는 마찰력을 줄이는 것 못지않게 마찰력을 극대화해서 활용하는 게 중요한 셈이다. 쉽게 미끄러지는 얼음 위에서 힘을 내려면 마찰력이 높아야 한다.

한쪽 발이 마찰력을 최대로 만들며 푸시오프 동작을 취할 때 다른 발은 활주 동작을 취하며 달린다. 이때 활주 동작을 취하는 발은 마찰력을 최소로 만들려고 몸을 스케이트 날에 실은 것처럼 무게중심과 스케이트를 일직선으로 만든다.

▲스타트 이후 추진력을 얻기 위해 양쪽 발을 진행 방향의 대각선 방향으로 달려 나가는 ‘푸시오프’. 사진=위키미디어
뉴턴의 운동법칙들 수시로 적용

스피드스케이팅에는 뉴턴의 운동 제1법칙, 제2법칙, 제3법칙이 수시로 적용된다.

관성의 법칙(제1법칙)은 출발 전 힘을 주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하지만 힘을 줘서 움직이기 시작하면 앞으로 나가려는 관성에 의해 계속 달리게 되고, 곡선 구간에서 회전할 때 원심력이 나타난다. 원심력을 이기지 못하면 곡선 구간을 벗어나거나 넘어지고 만다.

가속도의 법칙(제2법칙)은 출발할 때 적용된다. 흔히 F = ma라는 식으로 불리는 법칙으로 가속도 a는 힘 F에 비례하고 질량에 반비례한다. 스케이트 선수의 몸무게는 일정하기에 힘을 최대로 가해야 가속도 커져 속도가 빨라진다. 선수가 더 세게 힘을 가할수록 더 빨리 달릴 수 있다.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제3법칙)은 푸시오프를 할 때 계속 발생한다. 한 발로 얼음을 힘 F의 크기로 밀어낼 때, 얼음도 반대의 방향으로 그 발을 힘 F의 크기로 밀어내 앞으로 나갈 수 있다.

출발할 때 100분의 1초 단축이 중요

▲스피드스케이트 출발자세, 오른발은 스케이트 진행 방향에서 70°, 왼발은 진행 방향을 향한다. 사진=위키미디어
이상화의 주 종목인 500m는 단거리 종목으로 출발이 매우 중요하다. 출발할 때 최대한 힘을 내며 몸의 무게중심을 빠르게 앞으로 이동해야 한다.

이상화의 출발을 보면 출발 자세에서 뒷발인 오른발은 스케이트가 진행방향과 70도 이상 꺾은 채이며, 앞발인 왼발은 진행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앞쪽으로 내민 상태다. 이에 따라 몸의 무게중심도 앞으로 쏠려 있다. 이때 무게중심의 70~80% 정도가 왼발에 실린다.

한국스포츠개발원에서 분석한 결과 출발할 때 내딛는 스케이트 날의 각도가 정면에서 50~60도일 때 가속도를 최대로 올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발적인 출발을 자랑하는 이상화

이상화의 강점은 폭발적인 출발이다. 2013년 11월 36초 36이라는 세계신기록을 세울 때 초반 100m 구간 기록은 10초 06이었다.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2연패하며 금메달을 획득할 때는 10.1초대였다. 2016~2017년 시즌에는 부상으로 기록이 나빠졌다가 최근에 다시 10.2초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상화는 서양 선수들에 비해 체격이 작아 출발에서 속도를 높이는 데 불리한 조건이다. 그래서 다른 선수들이 발동작을 10번 할 때 12번 정도를 할 수 있도록 힘과 속도를 높이는 훈련을 했다.

발동작 횟수가 늘면서 그만큼 추진력이 높아졌고, 초반 기록도 단축됐다. 이 방법으로 초반 100m 구간 기록을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2010년 밴쿠버 올림픽 때의 10초 29에서 10.1초대로 100분의 10초 이상 단축했다.

하지만 발동작이 너무 많아지면 오히려 속도가 떨어진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최고 속도를 내려면 각자에게 알맞은 푸시오프와 활주 횟수를 찾아야 하는 셈이다. 이상화는 다른 선수보다 20% 정도 더 많은 발동작을 최적의 발동작으로 택한 셈이다.

스케이트 장비도 메달에 영향

▲뒷굽과 스케이트날이 분리되는 ‘클랩 스케이트’. 사진=위키미디어
스케이트도 중요하다. 1998년 나가노올림픽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끈 것도 스케이트였다.

바로 뒷굽과 날이 분리되면서 ‘탁(clap), 탁’ 소리가 난다고 해서 붙여진 ‘클랩 스케이트’다. 일반 스피드스케이팅 스케이트는 날 바닥이 평평하고 두께가 1.0~1.2㎜로 힘을 고르게 받아 잘 미끄러진다. 발목 부위는 다른 종목에 비해 짧게 해 활동성이 높다.

실제 기록에서도 클랩 스케이트를 신고 달리면 일반 스케이트보다 한 바퀴당 0.3초 정도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의 로얄대학 스포츠 엔지니어 션 마우 교수는 클랩 스케이트라 불리는 디자인 혁신이 스피드스케이팅 속도를 3~5% 높였다고 설명했다. 클랩 스케이트를 개발한 네덜란드는 나가노 올림픽에서 5개의 금메달을 차지했는데, 모두 스피드스케이팅 종목이었다.

달리기와 다른 스피드스케이팅 팔동작

▲스케이트날은 대각선으로, 팔은 뒤로 흔들어야 빠른 속도를 얻을 수 있다. 사진 =위키미디어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의 팔동작은 달리기에서의 팔동작과 차이가 있다. 달리기에서는 팔을 앞뒤로 휘두르는 반면, 스케이트에서는 팔을 뒤로 휘두른다. 또 속도를 올릴 때는 팔을 휘두르지 않고 등에 올려놓는다.

이런 차이는 스케이팅에서 다리와 발의 움직임이 방향과 관련 있기 때문이다. 달리기에서는 뛰는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다리를 밀면서 앞으로 나가지만, 스피드스케이팅은 다르다. 30년 동안 통계학을 연구한 미국 플리머스주립대 물리학자인 조지 투틸은 오른쪽 팔과 오른쪽 다리의 앞과 뒤 움직임은 정확히 반대며, 왼쪽 팔과 다리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스케이트 선수는 균형을 잡고, 몸 앞에서 생기는 공기저항으로 인한 항력을 줄이기 위해 몸을 숙이며 달린다. 직선 주행을 할 때는 팔을 움직이지 않는다. 팔동작은 결승점에 도달했을 때 마지막 힘을 내는 데 기여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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