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한규란 기자] 현대오일뱅크 충남 대산공장 앞마당에는 커다란 표지석 하나가 버티고 서 있다. 표지석에는 `근면(勤勉), 검소(儉素), 친애(親愛)`라는 세 단어가 새겨져있다. 현대 사훈이다.
이 사훈석(社訓石)은 지난 1997년 현대그룹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세워졌다가 5년 뒤 자취를 감췄다. 외환위기 이후 외국계 대주주(아부다비 IPIC)로 경영권이 넘어가면서부터다. 그로부터 10여년이 흐른 지난해 4월, 사훈석은 제자리를 찾았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지난 2010년 8월 현대오일뱅크를 가족으로 품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009540)그룹에 편입된 현대오일뱅크는 정유업계 `후발주자`라는 꼬리표를 떼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고도화 시설과 BTX(벤젠·톨루엔·파라자일렌) 등 석유화학 설비를 증설하며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1월 대산공장에 `지상유전(地上油田)`이라 불리는 제2고도화 시설을 준공했다. 이를 통해 단숨에 고도화율 1위(30.8%) 업체로 올라섰고, 수출 경쟁력을 확보했다.
조직 내부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외국 기업 밑에 있어 피동적이었다." 권오갑 현대오일뱅크 사장은 현대중공업에 갓 편입된 현대오일뱅크에 대한 첫 이미지를 이같이 회고했다.
그러나 이젠 바뀌었다. 권 사장은 "직원 1800명에게 모두가 사장이라는 주인의식을 심어주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는 회사 가치 극대화를 위해 2조원대의 상장도 준비하고 있다. 오는 3월 중 지난해 연말 실적을 토대로 상장 예비청구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이처럼 현대중공업그룹 아래서 빛을 발하는 건 현대오일뱅크 뿐만이 아니다. 지난 2009년말 7년여의 워크아웃을 끝내고 현대중공업그룹 품에 안긴 현대종합상사도 재기의 길을 걷고 있다. 그룹 계열사의 물량을 확보하면서 수익구조가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 현대제철, 현대오일뱅크 등과의 주력 품목(철강 및 화학제품 등) 거래를 통해 성장기반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현대상사(011760)의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은 718억원으로 전년대비 50% 증가했으며, 매출액과 순이익은 3조9042억원, 620억원으로 각각 51.5%, 60.4% 늘어나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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