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선료 인하에 성공해 산업은행의 지원을 받더라도 새롭게 재편중인 해운동맹(얼라이언스)에서 떨어져 나갈 경우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더욱이 이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된다 해도 결국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통합을 통해 둘 중 한곳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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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최근 수년간 수조원대 규모의 자구계획을 이행하며 경영난 극복에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과거 해운업 호황 때 해외선주들과 장기 용선 계약을 체결해 놓은 것이 발목을 잡고 있다. 해운 운임이 급락하면서 현재 시세 대비 많게는 10배 가량 비싼 용선료를 지불하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위기에 빠진 해운사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명분이 필요하다. 해운사들이 영업으로 번 돈을 고스란히 해외 선주들에게 주고 있는 현재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한 적극적인 지원책을 구사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이 지난달 현대상선에 대한 자율협약을 용선료 협상 등을 조건으로 내건 것도 이 때문이다.
용선료 협상이 성과를 내면 사채권자와 채권은행 등도 채무재조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은행이 당초 현대상선에 제시한 용선료 협상 시한은 이달말까지였다. 그러나 현대증권 매각이 예상보다 성공적으로 이뤄진데다 현대상선도 용선료 협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기회를 주는 차원에서 5월말까지로 시한을 늘려줬다.
경쟁력 있는 해운동맹 못끼면 물거품
4개 축으로 나눠져있는 글로벌 해운동맹이 내년 재편을 앞두고 있는 것도 한국 해운업 구조조정의 중요한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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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선주협회 관계자는 “초대형 선박을 확보하고 있는 선사들이 2M에 버금가는 동맹을 결성함으로써 내년에는 더 싸고 질좋은 운송서비스가 경쟁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동성 위기에 처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현실적으로 해운동맹 1,2그룹에 낄 틈이 없어 보인다. 결국 나머지 선사들이 구성하게 될 제3의 동맹에 이름을 올리기 위한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와 산업은행으로서는 한진과 현대가 어떤 얼라이언스에 합류하는 지를 보고 구체적인 지원 계획을 세울 가능성이 있다. 경쟁력 있는 얼라이언스에 끼지 못할 경우 일시적인 자금 지원으로는 회생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韓 대표하는 해운사로 통합
업계에서는 결국 산업은행이 출자전환을 통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최대주주로 올라선 다음 양사간 중복되는 사업을 축소하고 인력과 비용 구조를 효율화한 뒤 하나로 합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금보다 더 경쟁력있는 한국 대표 해운사로 만드는 방안이다.
해운 경쟁력을 키우는 최선책은 대형선박을 확보해서 덩치를 키우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산업은행은 차선책으로 비용 절감, 인원 감축, 중복사업 축소 등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양사의 통합을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기선 운임의 선행지표인 벌크선 운임지수(BDI)가 오르고 있는 만큼 하반기쯤 컨테이너선 운임도 오를 수 있다”며 “산업은행이 범양상선(현 팬오션)을 잘 관리해서 STX에 손해 안보고 팔았던 것처럼 마무리하는 것이 현재 생각할 수 있는 해피엔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