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OO전용’, 배려인가요 역차별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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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여성전용 도서관·행복주택 '성차별' 판단 권고
여성전용시설 "최소한의 보호조치 VS 갈등조장 요소"
아이 포함 가족전용주차장, "2인가족 주차 못하나요"
"전용 시설 남용해서는 안돼… 한정적으로 사용해야"
  • 등록 2021-07-09 오전 11:00:05

    수정 2021-07-11 오전 11:3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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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상원 기자] 이 기사는 이데일리 홈페이지에서 하루 먼저 볼 수 있는 이뉴스플러스 기사입니다.

‘여성전용’, ‘교통약자 전용’, ‘임산부 전용’. 차별하지 않고 배려하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만들어진 시설과 서비스다. 이러한 ‘OO 전용’이 오히려 우리 사회에서 갈등을 일으키는 빌미가 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여성 전용’은 남성들에 대한 역차별이 아니냐는 불만도 제기된다.

(그래픽= 김일환 기자)


인권위의 ‘성차별’ 판단, 과연 차별일까?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충북 제천시가 여성전용으로 운영하는 제천여성도서관에 “남성 이용자가 배제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하라”고 권고했다. 제천여성도서관은 고(故) 김학임 여사가 여성으로 살면서 느낀 교육기회 차별을 해소해달라는 취지로 삯바느질로 모은 전 재산으로 1994년 개관한 공공시설이다. 인권위는 설립자의 취지도 분명 고려해야 하지만 ‘공공성’이 설립자의 취지보다 우선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지난 5월 인권위는 경기도 안산시 선부동 행복주택에 여성만 입주 가능하도록 한 공고에 대해서도 “합리적 이유 없이 성별에 따른 차별행위로 보인다”고 결론을 내렸다.

인권위의 판단을 지켜본 김모(25·여)씨는 “임산부, 노약자, 어린이 등은 합리적인 이유 때문에 생겼고 갈등을 유발하는 건 아니다”라며 “그러나 단순히 여성전용의 존재 이유는 잘 모르겠다. 요즘 시대에 단지 성별을 나누는 것은 갈등을 조장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박모(30·여)씨도 “교육 기회는 어느정도 평준화된 것 같기에 공공도서관을 굳이 여성에게만 국한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김모(31·여)씨는 “여성전용 시설은 남성 차별 공간, 여성 특혜 공간이 아닌 여성 보호 공간”이라며 “공공 도서관, 대학 도서관 여자 화장실 안에서 불법촬영이 일어난 사건들을 보며 여성은 아직 안전하지 않은 사회에 살고 있는데 고인의 설립 취지에 반하면서까지 성차별 결정을 내리는 것은 진정으로 여성들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고 반박했다.

8일 오전까지 인권위 홈페이지에는 제천여성도서관 관련 인권위 권고 조치에 반대하는 항의글이 100개가 넘게 올라온 상태다.

인권위의 결정이 다소 단정적이었다고 보는 전문가도 있다. 윤김지영 창원대 철학과 교수는 “여성전용 시설들은 남성을 역차별하기 위해 만든 시설이 아닌 지금도 기울어진 운동장 밑에 있는 여성들을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보호 장치”라며 “애초에 왜 여성전용 주택과 시설이 생겼고 이를 유지하려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여성이 안전하다고, 여성들이 평등하다고 느끼기 어려운 부분이 사실”이라고 부연했다.

(일러스트=이미지투데이)


‘가족전용주차장’은 꼭 필요할까

생활 속 ‘○○전용’이 남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한모(33·여)씨는 경기도 고양시의 한 가구 매장에 들러 주차장을 둘러보다 매장 입구 쪽 ‘가족전용 주차장’을 발견했다. 설명에는 ‘어린이 동반 가족과 임산부를 위한 넓은 주차구역’임이 명시돼 있었다. 한씨는 ‘2인 가족은 가족이라 할 수 없을까’ 고민하다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를 모시고 간 터라 결국 가족전용 주차장에 주차했다. 하지만 아이를 데려온 또 다른 가족이 한씨에게 눈총을 줘 불편함을 겪었다.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에 거주하는 이모(32·남)씨는 ‘가족전용 주차장’ 표시를 보며 “임산부와 어린이들을 배려해야 한다는 취지는 이해하는데 요즘 1인가족, 2인가족이 훨씬 늘어나는 추세에서 대가족만 가족이라고 한정짓는 느낌”이라며 “우리집도 대가족이지만 아이가 없어 차마 가족전용 주차장에 차를 대기가 민망했다”고 밝혔다.

‘OO전용’을 무분별하게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가족이라는 단어가 주는 모호함이 분명히 있다”며 “우리 사회에서 당연히 임산부나 어린 아이는 보호해야 하지만 1인가족 혹은 아이들이 없는 가족을 배제하는 표현은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사회 현실에 비추어 ‘OO전용’이 과연 필요한 것인가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동시에, 전용 시설을 남용하지 않고 보호가 필요한 사람에게만 차별없이 적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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