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이익 공유 요구에는 한 가지 공통된 허점이 있다. 바로 ‘사후적 기회주의’다. 사업이 잘되어 돈을 벌 때만 더 큰 분배를 요구할 뿐, 업황이 나빠져 손실이 발생할 때는 누구도 책임을 함께 지려 하지 않는다.
투자 전문가 나심 탈레브가 강조한 ‘자본주의적 정의’의 핵심은 ‘책임(skin in the game)’이다. 이익을 얻을 권리가 있다면, 그에 따르는 ‘위험(risk)’도 함께 짊어져야 공정하다는 뜻이다. 책임이 전제되지 않은 이익 공유는 정의롭지도 않을뿐더러 시장의 질서를 무너뜨린다. 진정한 동반성장은 기업의 성과뿐만 아니라, 그 성과를 내기 위해 감수했던 불확실성까지 함께 책임지는 것이다.
주주가 되는 것, 가장 명쾌한 이익 공유의 길
기업이 거래소에 상장해 주식을 발행하고 자본을 조달한다는 것은, 누구나 지분을 가진 만큼 생산 수단을 공유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과거 경제학자 오스카 랑게가 주장했던 사회주의의 이상, 즉 생산 수단의 공유화를 현대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구현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기업의 성장에 동참하고 싶다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주주로서 위험과 수익을 함께 나누는 것이 가장 투명하고 정당하다.
기업의 본질적 소명은 ‘핵심역량 구축’, ’영업활동’, ‘고용’과 ‘납세’
우리 사회는 기업에 본업 이상의 특별한 사회공헌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기업의 가장 크고 본질적인 책무는 영업활동을 통해 이익을 내고, 그 결과로 정당한 법인세를 내며, 고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여 체불하지 않고 임금을 제때 지급하며, 여력이 있을 경우에 추가적인 고용을 창출하는 것이다. 이 기본만 제대로 수행해도 기업은 이미 충분히 훌륭한 사회적 공헌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AI 시대, 기업의 이익을 둘러싼 갈등은 앞으로 더 거세질 것이다. 하지만 감성적인 호소나 일방적인 분배 요구는 답이 될 수 없다. 이미 세계화된 한국 경제는 국내 정치경제적 이해관계로만 임의대로 영향받을 수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 자본주의적 시장 규율의 기본 원칙 안에서 위험과 보상을 일치시키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익의 달콤함뿐만 아니라 손실의 쓰라림까지 함께할 준비가 되었을 때, 우리 사회의 동반성장은 비로소 건강하게 작동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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