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AI 시대, 기업 이익 분배의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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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6-05-27 오전 6:05:00

    수정 2026-05-27 오전 7:43:42

[최문섭 이화여자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들이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기록적인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다. 반가운 소식이지만, 이 ‘천문학적인 이익’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를 두고 사회적 갈등은 오히려 깊어지는 모양새다. 노조와 회사의 성과급 협상을 넘어 농어촌 보조금이나 국민 배당금 등의 제안까지 터져 나온다. 기업 입장에서는 예측 범위를 한참 벗어난 당혹스러운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이익 공유 요구에는 한 가지 공통된 허점이 있다. 바로 ‘사후적 기회주의’다. 사업이 잘되어 돈을 벌 때만 더 큰 분배를 요구할 뿐, 업황이 나빠져 손실이 발생할 때는 누구도 책임을 함께 지려 하지 않는다.

투자 전문가 나심 탈레브가 강조한 ‘자본주의적 정의’의 핵심은 ‘책임(skin in the game)’이다. 이익을 얻을 권리가 있다면, 그에 따르는 ‘위험(risk)’도 함께 짊어져야 공정하다는 뜻이다. 책임이 전제되지 않은 이익 공유는 정의롭지도 않을뿐더러 시장의 질서를 무너뜨린다. 진정한 동반성장은 기업의 성과뿐만 아니라, 그 성과를 내기 위해 감수했던 불확실성까지 함께 책임지는 것이다.

주주가 되는 것, 가장 명쾌한 이익 공유의 길

그렇다면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갈등을 해결하고 실질적인 이익 공유를 실현할 방법은 무엇인가. 재무· 금융을 연구하는 필자로서 증권설계적(Security Design) 관점에서 가장 현실적이고 직관적인 해법은 ‘주주’가 되는 것이다.

기업이 거래소에 상장해 주식을 발행하고 자본을 조달한다는 것은, 누구나 지분을 가진 만큼 생산 수단을 공유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과거 경제학자 오스카 랑게가 주장했던 사회주의의 이상, 즉 생산 수단의 공유화를 현대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구현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기업의 성장에 동참하고 싶다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주주로서 위험과 수익을 함께 나누는 것이 가장 투명하고 정당하다.

기업의 본질적 소명은 ‘핵심역량 구축’, ’영업활동’, ‘고용’과 ‘납세’

우리 사회는 기업에 본업 이상의 특별한 사회공헌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기업의 가장 크고 본질적인 책무는 영업활동을 통해 이익을 내고, 그 결과로 정당한 법인세를 내며, 고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여 체불하지 않고 임금을 제때 지급하며, 여력이 있을 경우에 추가적인 고용을 창출하는 것이다. 이 기본만 제대로 수행해도 기업은 이미 충분히 훌륭한 사회적 공헌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역할 또한 분명하다. 기업이 낸 세금이 예상치를 웃돌 정도로 많다면, 정부는 이를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여 절차를 준수해 운용의 묘에 맞게 집행하면 된다. 향후 AI 혁명으로 인한 미취업 청년들을 위해 조건부 기본소득의 타당성을 조사하고, 정부 국정 철학에 부합하게끔 복지 사각지대를 살피고, 국가의 미래를 위한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AI 시대, 기업의 이익을 둘러싼 갈등은 앞으로 더 거세질 것이다. 하지만 감성적인 호소나 일방적인 분배 요구는 답이 될 수 없다. 이미 세계화된 한국 경제는 국내 정치경제적 이해관계로만 임의대로 영향받을 수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 자본주의적 시장 규율의 기본 원칙 안에서 위험과 보상을 일치시키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익의 달콤함뿐만 아니라 손실의 쓰라림까지 함께할 준비가 되었을 때, 우리 사회의 동반성장은 비로소 건강하게 작동할 것이다.

최문섭 이화여자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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