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수학계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수학 과목 범위를 줄이려는 시도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교육과정 일반 선택 과목에서 ‘미적분Ⅱ’와 ‘기하’를 빼면 대학교육 기반 붕괴와 과학·기술의 국가경쟁력 약화로 직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한수학회는 7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작년 12월에 고시된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르면 수학·과학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고등학교 수학 과목 중 미적분Ⅱ, 기하 과목이 일반선택 과목에서 제외됐다”며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기하 과목을 일반선택에서 뺀 뒤 수능에서 기하를 실제 1년 동안 퇴출한 과거 사례를 보면 현재 수능 개편작업에서 미적분Ⅱ, 기하 과목이 제외될 것이라는 예상이 수학·과학계에 팽배하다”고 지적했다.
수학회는 교육과정 개정 때마다 이뤄졌던 수학 과목 학습 내용 축소가 학습 부담 경감 등 목표로 했던 순기능을 달성하지 못하고, 이공계열 학과로 진학하는 학생들의 학력 저하라는 부작용만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수능에서 미적분Ⅱ, 기하 과목이 제외된다면 수능이 단순한 ‘학력 저하’ 수준을 넘어 사고의 확장성을 마비시키고, 대학교육과정과의 연결고리를 붕괴시키는 등 학생들에게 나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학회는 “수능에서 미적분Ⅱ와 기하를 제외시키는 것이 고등학생들이 대학에서 수학할 능력을 갖췄는지를 확인하는 본연의 목적에 잘 부합하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지금도 대학 이공계 과목의 가장 기본적인 언어인 미적분과 기하를 고등학교에서 제대로 학습하지 못한 채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은 기초 수준의 강의조차 수강할 능력을 갖추지 못해 대학에서 학습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회과학 영역인 경영, 경제, 사회학, 심리학 등의 분야에서도 기본 통계학 지식을 학부 수준에서 다루기 때문에 그 근간이 되는 데이터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미적분과 기하적 소양은 더 우선적이고 중요한 요소”라며 “고등학교의 기초적 수리 영역에 대한 학습이 충분히 이뤄졌을 때 다양한 수리 연계 전공의 이해도가 높아지며, 융합 전공의 증가로 문·이과의 경계가 사라져가는 현 시대 대학생의 역량이 강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