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성장률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박진선 한국식품산업협회장은 이를 성장 둔화라기보다 ‘규모의 성장’에서 ‘구조의 성장’으로 넘어가는 전환기라고 진단했다. 박 회장은 최근 이데일리와 진행한 신년인터뷰에서 “이미 수출 규모 자체가 90억~100억달러대에 근접한 만큼 예전처럼 두자릿수 성장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며 “지금은 K푸드가 하나의 문화이자 콘텐츠로 정착해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얼마나 많이 팔았느냐’보다 ‘어떻게 오래, 더 넓게 팔릴 수 있느냐’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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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푸드의 경쟁력은 단순히 ‘맛’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식문화 전반이 가진 입체적인 매력에 있다고 생각한다.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발효 중심의 조리법, 그리고 채소 위주의 건강한 식습관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건강성과 깊이를 지닌 우리의 식문화 자산이다. 단순한 요리가 아니라, 자연과 시간의 조화를 담은 철학인 셈이다. 단맛, 짠맛, 신맛, 감칠맛이 한 그릇 안에서 공존하는 구조 덕분에 해외 소비자들도 거부감 없이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다. 거기에 드라마, 음악, 예능을 통해 접한 음식이 소비자의 삶 속에 ‘경험’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 굉장히 큰 경쟁 요인이다. 뛰어난 맛과 건강, 문화, 감성까지 올인원(all-in-one)이다.
- K푸드 수출이 우리나라 수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가 채 안 되는 상황인데. 좀더 규모를 키울 방안은 무엇인가
△K푸드 수출 규모가 작다고 해서 실망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식품은 반도체나 디지털 기술 같은 품목과는 다르다. 사람마다 평생의 식문화와 맛의 기억이 있기 때문에, 거기에 새로운 식문화가 스며들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지금은 글로벌 소비자의 식탁에 ‘한국 음식의 자리’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봐야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오히려 더 깊고 지속가능한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기적 성과보다 브랜드화와 현지화 전략, 그리고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품질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구축하는 것이다. 또한 해외 현지 소비자들의 기호와 식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신뢰와 익숙함을 만들어가는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고 본다. 정부 차원의 연구개발(R&D,) 마케팅, 통상 지원뿐만 아니라, ‘품질’을 높이기 위한 산업 전반의 노력도 중요하다. K푸드에 대한 긍정적 첫 경험이 좋은 기억을 만들고, 다시 찾게 하는 지속력의 원천이 될 수 있다.
- K푸드 세계화 과정에 가장 큰 어려움은
△국가별로 다르게 적용되는 통관 규정과 비관세 장벽이다. 같은 제품이라도 국가마다 표기 기준, 원산지 표시, 성분 제한, 위생·안전 규정이 다르기 때문에, 수출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복잡하고 부담스럽다. 특히 발효식품처럼 한국 고유의 조리·제조 방식은 어떤 나라에서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거나, 오히려 위생상 우려로 잘못 인식되는 경우도 있다. 비건, 알레르기, GMO 표시 등도 나라별로 해석이 달라 대응이 어렵다. 이런 제도적 장벽은 대기업보다 중소 식품기업에 훨씬 더 가혹하다. 제품 경쟁력은 충분한데, 인증 과정과 서류 준비에서 어려움을 겪어 수출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따라서 정부와 협회 차원에서 국가 간 식품 기준의 정보 체계화를 지원하고, 통합 인증 시스템 구축, 사전 컨설팅, 문화적 설명을 반영한 현지 커뮤니케이션 전략까지 함께 마련되는 게 필요하다.
- 정부의 K푸드 세계화 지원이 수출기업에 집중돼 있다. 해외 공장에서 생산하는 경우에도 지원이 필요하지는 않나
△정부의 K푸드 세계화 지원 정책이 수출 중심으로 설계돼 있는 것은 사실이다. 농식품부 기준에서도 해외 생산 제품은 공식 수출 실적에 포함되지 않는다. 문제는 원가, 유통, 규제 대응 등 측면에서 볼 때 수출(국내에서 만들어 나가는 것)만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한계가 있다. 정부 지원도 K푸드의 글로벌 경쟁력과 식문화 확산이라는 큰 틀에서 더 넓은 시야로 정책을 설계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수출 vs 현지 생산이라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K푸드 전체 생태계를 글로벌 시장에 맞게 다양화하는 전략으로 접근해야 할 시점이다.
- 최근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환경 관련 무역 장벽이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ESG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수출길이 막힐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는데...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라는 글로벌 기준은 이제 K푸드 수출의 새로운 관문이 되고 있다. 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플라스틱 포장재 규제, 환경 라벨링 의무화 등 환경 관련 비관세 장벽이 강화되면서 K푸드는 ‘맛’과 ‘가격’뿐만 아니라 탄소 발자국, 친환경 소재, 공정한 제조 방식 등 ESG 전반에 대한 대응력을 요구받는 시대에 들어섰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K푸드가 가진 고유한 식문화의 깊이 그리고 그 가치를 오랜 시간 일관되게 지켜온 브랜드들의 철학과 진정성이 앞으로 더욱 중요한 경쟁력이 될 것이다. 실제로 해외 소비자들은 이제 단순한 제품의 기능이나 마케팅보다는 브랜드가 어떤 철학과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지속가능한 가치를 어떻게 실천해왔는지를 매우 중요하게 보고 있다. 따라서 브랜드의 헤리티지와 진정성은 ESG 기준을 충족하는 것을 넘어 소비자 신뢰를 구축하는 가장 강력한 자산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K푸드가 단순한 음식 콘텐츠를 넘어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산업계, 기업이 함께 기준을 만들고 공동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 지난 9월 협회장으로 취임하셨는데, 소회가 있다면 무엇인가
- 협회장으로서 올해 꼭 이루고 싶은 목표는
△K푸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지금, 단순한 수출 확대를 넘어, 세계 각지의 소비자들이 K푸드를 더 자주, 더 편리하게, 더 품질 높게 접할 수 있도록 유통 인프라와 식문화 경험의 표준화까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협회는 단순한 지원 조직을 넘어, 보다 공격적인 전략과 연결의 플랫폼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예를 들어 아누가(ANUGA), 시알(SIAL) 같은 주요 글로벌 식품 전시회에서 한국 식품 기업들이 보다 효과적으로 참여하고,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협회가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다. 또한 비관세 장벽이나 인증제도처럼 기업 단독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와 협력해 구조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강화해 나가고자 한다. 이제는 우리 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든 만큼, 기존처럼 규제에 대응하는 역할에서 머무르지 않고 시장 기회를 발굴하고, 산업 생태계를 확장하는 중심축이 돼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중소기업부터 대기업까지 모든 식품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일이다. 협회가 그런 공통의 플랫폼이 될 수 있도록 올해는 역할의 깊이와 폭을 더욱 넓혀가고자 한다.
□박진선 회장은
△1950년생 △서울대 전자공학과 학사 △미국 스탠포드대학교 전자공학 석사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 철학 박사 △샘표식품 대표이사 사장 △(現)한국식품산업협회 회장 △(現)한국중견기업연합회 부회장 △(現)한국상장회사협의회 부회장 △(現)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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