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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군사비는 냉전 종식 이후 한동안 감소했지만 2000년경부터 다시 증가세로 전환했으며, 특히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파르게 상승했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 세계 군사비 증가율은 20%에 달했다.
세계 국내총생산(GDP) 대비 작년 군사비 비율은 2.5%로 전년 대비 0.2%포인트 높아졌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중동 등 전쟁 중인 곳뿐 아니라 북아프리카 지역에서도 분쟁이 격화되면서 군사비를 증액한 국가는 100개국을 넘어섰다. 샤오 리앙 시프리 연구원은 “안보를 우선시해 다른 분야 예산을 희생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이는 사회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군사비 증가세가 가장 두드러진 곳은 유럽이다. 유럽 전체 군사비는 전년 대비 17% 증가한 6930억 달러에 달하며, 물가 변동을 고려한 실질 기준으로 냉전 말기의 수준을 넘어섰다. 몰타를 제외한 모든 유럽 국가가 군사비를 늘렸다. 러시아는 38% 증가한 1490억 달러를 지출해 유럽 전체 군사비 증가분의 약 40%를 차지했다. 우크라이나는 2.9% 늘어난 647억 달러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한 폴란드는 31% 늘어난 380억 달러를 지출해 세계 군사비 지출 순위가 16위에서 13위로 상승했다. 스웨덴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첫해인 작년 군비 지출을 34% 늘려 120억 달러를 기록했다.
로렌초 스칼라차토 시프리 유럽 담당 연구원은 “유럽은 당분간 군사비 급등 시대가 이어질 것”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미국이 유럽 안보에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어 서유럽 국가들은 이전보다 더 독자적으로 안보를 책임져야 한다”고 분석했다.
유럽연합(EU)은 지난달 약 8000억 유로 규모의 재무장 계획을 발표하고, 약 1500억 유로 규모의 군사 지원 자금 조성 방침을 밝혔다. 독일은 국방비 증액을 위해 재정 투입을 가능하게 하는 기본법(헌법) 개정도 마무리했다. 영국은 개발도상국 등에 대한 대외 원조 예산을 삭감을 통해 국방비를 GDP 대비 2.3%에서 2027년까지 2.5%로 높일 계획이다.
중동 지역의 군사비도 15% 증가해 2430억 달러에 달했다. 특히 이스라엘은 65% 늘어난 465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이는 제2차 중동전쟁 당시인 1956년 93% 증가 이후 최대폭 증가를 기록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이슬람 무장 정파 하마스와 전투를 벌이는 동시에 레바논에서 시아파 무장 조직 헤즈볼라와의 충돌도 확대하고 있다. 레바논은 군사비를 58% 증액한 6억3500만 달러로 늘렸다. 반면 이란은 제재 여파로 인해 군비 지출이 10% 감소한 79억 달러에 그쳤다.
아시아에서도 군사비 지출이 늘었다. 세계 2위 군비 대국인 중국은 7% 증가한 3140억 달러를 지출해 30년 연속 군사비 증가 기록을 이어갔다. 이는 세계 최장 기록이다. 일본은 21% 증가한 553억 달러를 기록해 세계 10위에 올랐다. 이는 1953년 이후 최대 연간 증가 폭이다. 한국은 1.4% 늘어난 476억 달러를 집행했다. 인도는 1.6% 증가한 861억 달러를, 대만은 1.8% 증가한 165억 달러를 지출했다. 내전 심화에 미얀마도 군비 지출이 66% 급증해 50억 달러에 달했다.
세계 1위 군비 대국인 미국은 5.7% 증가한 9970억 달러를 기록해 세계 군사비의 37%, 나토 회원국 전체 군사비의 66%를 차지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에 군비 부담을 압박하는 가운데 작년 모든 나토 회원국이 군비 지출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나토 회원국 전체 지출은 1조5060억 달러로, 세계 군비 지출의 55%를 차지했다. 시프리 기준에 따르면 32개 나토 회원국 중 18개국이 GDP 대비 최소 2.0%를 군사에 지출했으며, 이는 2014년 나토가 해당 지침을 채택한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자드 기베르토 리카르드 시프리 연구원은 “유럽 나토 회원국들의 급격한 지출 증가는 주로 러시아 위협과 미국의 동맹 내 관여 축소 우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