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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이은 최근의 미국 관세 정책으로 공급망 불안은 다시 커지고 있다. 미국의 대(對)베트남 무역 적자 상당 부분이 중국 제품 우회 수출로 생기는 적자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과장된 면이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캐나다 다음으로 베트남에 관세를 매길 수 있다는 가능성이 흘러나오는 배경이다. 더 큰 문제는 상위 수출 품목을 차지하는 전자 산업 분야 밸류체인(가치사슬)에서 저부가가치 완제품을 조립·생산하는 역할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베트남의 전자산업 수출액 중 중간재를 가공해 수출하는 비율은 61%에 달하지만, 글로벌 전자제품 중 베트남이 기여하는 부가가치(중간재 수출 비율)는 2%에 불과하다고 한다.
황민서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미국의 ‘위구르 강제노동 금지법(UFLPA)’을 거론하며 중국발(發) 공급망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도 했다. 이는 중국 신장 지역에서 만든 생산품에 대해 강제 노동을 통한 생산이 아니라는 미국 세관·국경보호청(CBP)의 확인 없이는 미국 수입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21년 서명한 이후 2022년 6월 발효했고, CBP가 이를 집행해왔다. 베트남, 말레이시아, 태국 등이 주요 타깃이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선 생산 네트워크 고도화, 인적 교류 등 소프트파워 확대, 디지털 전환 등 중장기 전략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조 원장은 “반도체, IT, 전기차 배터리 등 한국과 베트남 공동의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베트남을 단순 제조 기지에서 기술 파트너로 격상하고, 미래 전략 산업을 중심으로 공급망 협력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베트남 정부의 산업 고도화 정책에 부합하는 기술 이전, 인재 양성, ESG 컨설팅 등을 제공하는 동시에 관세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원산지 관리, 기술 기준에 관한 공동 대응 매뉴얼을 정비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과 중국의 지정학적 긴장이 베트남에는 위기이자 기회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부 타잉 흐엉 하노이국립대학교 경영대 부학부장은 “미국과 중국은 서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기술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이런 지정학적 분열은 리스크도 있지만 기회도 있다”며 “이는 베트남이 글로벌 공급망에 진입할 수 있는 요소가 됐고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의 도착지로 부상했다”고 말했다. 그는 “AI 기술 활용을 위한 국가 차원의 전략이 필요하지만 베트남은 아직 뒤처져 있다”며 “베트남이 단순 생산 기지를 넘어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면 AI 경쟁력 확보가 핵심이다”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