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제 성장세가 주춤거리자 민간부문 주도의 고용 증가도 어느 정도 한계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고용의 질(質)도 악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매파들의 목소리가 커졌던 연방준비제도(Fed)도 다시 부양쪽에 무게를 실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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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간주도 고용이 주춤거린다
6일(현지시간) 미 노동부는 지난달 미국 비농업 취업자수가 전월대비 12만명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에서 예상한 20만3000명을 크게 밑도는 수치로,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만에 가장 저조한 실적이었다. 앞선 2월 취업자수는 종전 22만7000명에서 24만명으로 상향 조정된 반면 1월 수치는 28만4000명에서 27만5000명으로 하향 조정됐다.
이같은 헤드라인 수치 뿐만이 아니라 세부적인 고용의 질도 좋지 않았다. 3월중 실업률이 8.2%로 더 낮아져 3년 2개월만에 가장 낮았지만, 노동시장 참가율이 2월보다 낮아진 63.8%를 기록한 것이 힘을 보탠 것으로 보인다. 또 평균 시간당 소득 증가세는 2월보다 더 둔화됐고, 노동자들의 평균 근로시간도 감소했다.
앞서 지난달 26일 벤 버냉키 연준 의장도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고용의 질적 부분을 언급한 바 있다. 그는 "고용이 개선되고 있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아직 여건은 정상수준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며 "고용 개선속도가 지속된다고 자신할 수 없다"고 토로한 바 있다. 또 "6개월 이상 쉬고 있는 장기 실업자가 너무 높은 수준이고 근로시간도 아직도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고 지적했었다.
◇ "연준 부양기조에 힘 실린다"
미국 고용 회복이라는 기대에 한껏 부풀었던 시장은 크게 실망하는 표정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벌써부터 고용 회복세 둔화를 점치고 있고, 이에 따라 연준의 통화정책기조도 다시 부양쪽으로 선회할 것으로 보고 있다. BMO캐피탈마켓의 제니퍼 리 이코노미스트는 "취업자 증가세가 아직 하락 반전하진 않았지만 내용은 실망스러웠다"며 "시장의 기대치가 높아져 있는 것도 조심스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미국 경제는 여전히 지난 2007년 12월 고점에 비해서는 530만명을 일자리를 잃고 있는 상태"라며 "정상수준으로 돌아가려면 아직도 갈 길이 먼데, 실제 고용 개선은 너무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 4월과 5월 고용지표에 따라 향후 회복세가 지속되느냐, 다시 둔화세로 돌아서느냐가 갈릴 것으로 보는 시각들이 우세했다. BNP파리바의 제레미 로슨 이코노미스트는 "수치는 예상보다 저조했는데, 더 큰 문제는 이같은 취업자수 증가세 둔화를 이끈 것이 민간부문이었다는 점"이라며 "역시 강한 경제 성장없이 민간부문의 고용이 계속 늘 수 없다는 점을 재확인해준 셈"이라고 했다. 이어 "이제 4월과 5월 가장 중요한 시점에 들어섰다"며 "전통적으로 취업이 가장 강하게 나타나는 시기인데, 이 시기에 잠재적인 증가세가 나타나야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준의 정책도 부양기조로 다시 쏠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의 데이빗 세멘스 시니어이코노미스트는 "이번 고용지표 하나만으로 연준이 곧바로 부양기조로 급선회하진 않겠지만, 적어도 미국 경제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점을 연준내에 각인시키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목소리가 커진 매파들이 주춤거릴 수 있다는 뜻이다.
4캐스트의 션 이크리모나 이코노미스트 역시 "이번 수치로 연준은 강조하고 있는 완화기조를 유지하게 될 것"이라며 "연준은 경제가 더 강한 전망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하기 위해서는 취업자수가 적어도 30만명 이상은 돼야할 것"이라고 점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