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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 등에 따르면 동유럽 루마니아에서는 수도 부쿠레슈티 시장이자 중도 성향의 니쿠쇼르 단(55) 후보가 대선 결선 투표에서 역전승을 거두며 차기 대통령에 당선됐다.
단 당선인은 개표율 99% 기준으로 득표율은 54.1%를 얻었다. 극우 민족주의 성향의 제1야당 결속동맹(AUR) 대표인 제오르제 시미온(38) 후보는 45.9%에 그쳤다.
1차 투표에서 2위로 밀렸던 단 당선인은 결선 투표에서 ‘친유럽 연대’를 표방하며 중도·진보 유권자들의 지지를 결집, 승부를 뒤집었다. EU와의 긴밀한 협력과 사법개혁, 부패 척결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속에 러시아에 맞선 단일대오를 유지하려는 유럽은 루마니아의 이탈을 막고 결속을 강화할 토대를 다질 수 있게 됐다.
단 당선인은 “선거는 정치인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공동체를 위한 것”이라며 “루마니아 국민의 공동체가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말했다.
친유럽 성향의 대통령 당선에 축하 메시지가 이어졌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루마니아 국민이 강력한 유럽 안에서 개방된 루마니아의 번영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루마니아의 단 당선자와 통화한 사실을 공개하며 “거듭된 조작 시도에도 불구하고 루마니아 국민이 민주주의, 법치주의 그리고 EU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역사적인 승리”라며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루마니아가 신뢰할 만한 파트너가 된다는 것이 중요하다. 우크라이나는 루마니아에 신뢰를 주겠다”고 했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자유 루마니아 국민 만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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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에서는 출구조사 결과 친유럽 성향의 시민플랫폼(PO) 소속 라파우 트샤스코프스키(53) 바르샤바 시장이 대선 1차 투표에서 31.1%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그는 도날드 투스크 총리와 함께 집권 연립정권의 핵심 인사로 EU와의 관계 정상화, 낙태법 완화, 사법개혁 등을 약속했다.
트샤스코프스키 후보는 득표율 29.1%로 2위인 카롤 나브로츠키(42) 후보와 6월 1일 결선 투표에서 맞붙을 전망이다. 민족주의 우파 야당 법과정의당(PiS)의 지지를 받는 무소속 나브로츠키 후보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회동한 유일한 후보로 유럽 통합 반대와 보수 가치를 전면에 내세운 ‘친트럼프’ 인물로 분류된다.
이번 폴란드의 대선은 2023년 집권 이후 EU와 관계 개선을 추진해온 중도 자유주의 여당과 폴란드의 국익이 우선이라는 우파 민족주의 PiS의 맞대결로 치러졌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속에서 미국의 지원 약화가 현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폴란드가 유럽 내 방위 축으로서 어떤 노선을 선택할지를 결정짓는 시험대로 주목받고 있다.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 된 후 트샤스코프스키 후보는 연설에서 나브로츠키 후보가 급진적인 정치인으로 극도로 양극화된 폴란드의 정치에 더 많은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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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의 조기 총선에서는 개표율 99% 기준 루이스 몬테네그루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민주동맹(AD)이 32.1%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승리를 거뒀다. 다만 230석의 포르투갈 의회에서 86석을 차지해 과반(116석) 확보에는 실패해 또다시 소수 정부 출범이 예상된다.
이어 중도좌파 사회당(PS)은 23.4%, 극우 포퓰리즘 정당 셰가는 22.6%를 득표했으며, 두 당은 각각 58석으로 동률을 이뤘다.
포르투갈의 조기 총선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셰가의 약진이다. 전통적 주요 정당에 대한 불만이 반영된 결과로 셰가는 예상보다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며 제3정당으로 도약하게 됐다. 셰가는 기성 정당들의 부패 의혹과 이민자 수 급증에 대한 우려가 맞물려 유권자들의 공감을 얻으면서 세를 확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복귀와 함께 유럽에서 극우 세력이 동시다발적으로 세를 넓히는 추세 속에서 루마니아와 폴란드, 포르투갈에서도 극우의 약진이 엿보였다. 그러나 루마니아를 필두로 유권자들은 친유럽 성향의 전통 정당에 손을 들어주며 균형을 택했는데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 대외정책의 불확실성 속에서 유럽은 독자적인 정치·안보 노선을 구축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더 크게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