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권은희 의원은 지난주 학교장의 재량으로 학교 내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할 수 있는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해 관심을 모았다.
권 의원은 “스마트폰이 우리 생활의 질을 높인 것은 분명하지만, 청소년의 중독 현상이 심각해지면서 학교문제를 넘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면서 “금번 개정안을 통해 청소년들의 과다사용 및 중독률이 감소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중독은 비단 청소년 사이의 문제만이 아니다. LTE 시대 개막과 함께 최첨단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기발한 효과와 기능으로 무장한 채 다양한 계층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지난해 말 조사해 발표한 ‘제6차 스마트폰이용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마트폰 이용자의 86.7%가 스마트폰 이용 후 생활이 전반적으로 편리해졌다고 답했다. 그만큼 우리 생활에 주는 편익이 많다고 볼 수 있다.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주요 이유는 모바일앱 등 다양한 응용프로그램 이용(66.2%), 인터넷 수시이용(52.7%) 등의 순이었으며, 하루 평균 이용시간은 102분으로 전년도(87분) 대비 15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굳이 이러한 수치가 아니더라도 우리들은 대부분 스마트폰이 곁에 없으면 불안함을 느낀다. 집에서 스마트폰을 잊고 나와 안절부절 못했던 경험이 한두 번은 있을 것이다. 이 정도면 ‘IT 중독’이나 ‘디지털 중독’이라고 부를 만하다.
몇년전부터 ‘노모포비아(nomophobia)’라는 말이 생겼다. ‘없다’는 뜻의 ‘노(no )와 휴대전화를 의미하는 ’모바일(mobile)‘, ‘공포증’을 뜻하는 ‘포비아(phobia)’가 합쳐진 조어다. 휴대전화가 없으면 불안감과 공포감에 휩싸이게 되는 증상을 일컫는다. 스마트폰이 대유행하면서 ‘노모포비아’도 확산하고 있는 형국이다.
IT 의존증은 스마트폰에만 한정된 얘기가 아니다. 인터넷과 IT기기가 사회와 기업은 물론 개인의 생활에까지 빠른 속도로 침투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디지털 의존 정도가 심해졌다.
전문가들은 지나친 스마트폰 사용이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거북목증후군, 목디스크, 안구건조증을 발생시키고 집중력과 수리력 등 두뇌 능력 저하, 주의력 결핍과 과잉행동장애 등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IT전문가가 쓴 ‘디지털 단식’에서는 IT중독이 조직의 활력과 창의성을 떨어뜨린다고 경고하고 있다. 저자는 “오늘날 업무는 ‘사람과’ 하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와’ 하는 것이 되어 버렸다”면서 “이제 컴퓨터나 스마트폰 앞을 벗어나 옆 사람과 대화를 시작하자.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자. 그리고 현장으로 달려가자”고 역설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창조경제’가 화두다. 창조경제를 이끌어갈 미래창조과학부도 출범했다. 창조경제는 ‘창의성’을 바탕으로 ‘부’를 만드는 경제라고 할 수 있다. 창조경제는 IT를 빼놓고 상상하기 어렵다.
정보통신기술에서 ‘통신’은 ‘사람과 사람간의 대화’에서 비롯됐다. IT를 중심으로 한 창조경제가 기술의 혁신은 물론 아날로그적인 인간의 감성까지도 폭넓게 담아내야 하는 이유다.
IT에서 주역은 ‘인간’이어야 한다. 기술과 인간에 대한 배려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 ‘창조경제’를 입안하는 당국자들이 이 점을 꼭 명심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