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삼성생명(032830)이 시장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상장한 지 12일로 1년이 됐다. 1년 전 주식 공모에 나설때만 해도 삼성생명은 사상 최대 규모인 19조8444억원이 청약 증거금으로 몰릴 정도로 흥행을 기록했다. 상장 첫날의 장 초반엔 시가총액 22조8000억원으로 단숨에 시총 4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상장 후 삼성생명에 대한 시장 분위기는 달라졌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 1년간 30%가까이 올랐지만 삼성생명의 주가는 부진했다. 공모가인 11만원을 웃돈 기간은 20여일에 불과했다. 12일 현재도 9만8000원대에 머물고 있다.
삼성생명 보다 먼저 상장한
동양생명(082640)과
대한생명(088350)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2009년 10월 생명보험사중 가장 먼저 상장한 동양생명의 11일 종가는 1만2700원. 공모가인 1만7000원보다 25.2% 하락한 수준이다. 지난해 3월 상장한 대한생명의 11일 종가도 공모가인 8200원보다 9.3% 떨어진 7430원에 그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공모가 이상 오른 날은 손에 꼽을 정도다.
생보사들은 "실적도 좋은데, 이유를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이들 3개 생보사의 지난해 실적은 매우 좋았다. 삼성생명은 2010회계연도(2010년4월~2011년 3월) 순익이 전년의 2배 이상 늘어난 1조9335억원에 달했고 대한생명과 동양생명도 같은 기간 순익이 각각 15.1%와 54.8%씩 늘었다.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지급여력비율도 삼성생명 395.4%, 대한생명 295.3%, 동양생명 261.7%로 안정권인 200%를 크게 웃돌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생보사 주가의 부진과 관련, 실적이 아니라 상장 시점부터 제기된 고평가 논란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생보주는 장기계약이라는 생명보험 계약의 독특한 속성을 감안해 내재가치(EV)를 기준으로 공모가를 산정했다. EV는 장기 계약이 많은 생보사의 계약에서 미래에 발생할 현금 흐름을 현재 가치로 할인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생보사의 자산은 대부분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하기 때문에 EV로 평가한 생보사의 적정가치는 통상적인 공모가 산출방식인 주가이익비율(PER)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을 기준으로 할 때보다 고평가된다.
시장참여자들에게 생소한 EV와 그에 따른 높은 공모가로 생보주는 '비싸다'는 인식이 퍼졌고 시장의 관심에서 멀어졌다는 지적이다.
또 보수적인 보험업의 특성상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이나 신사업 진출 등 새로운 뉴스를 보여주지 못한 것도 주가 부진의 이유로 꼽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상장은 대규모 자금 유입으로 신규사업에 진출하거나 기존 사업을 확장하는데 목적이 있다"며 "그러나 생보사들은 재무건전성 강화, 대주주 부채상환, 그룹차원의 수익성 강화를 목적으로 상장했기 때문에 상장 이후 눈에 띄는 변화가 없었고 주가가 오를 여지도 적었다"고 설명했다.
이와함께 ▲국내 보험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인데다 ▲생보사들이 과거에 판매했던 고금리 상품에 대한 리스크가 여전하다는 점도 약점으로 거론된다.
삼성생명의 경우 보호예수 물량에 대한 부담감도 주가부진의 원인이다. 12일로 보호예수 기간이 끝나는 신세계의 보유불량 2214만400주(11.07%)이 언제든지 시장에 나올 수 있고, 대한통운 인수에 나서는 CJ가 보유중인 639만4340주(3.20%)도 언제 처분될지 모른다는 점이 주가 상승을 막고 있다.
그러나 연금시장 확대에 따른 긍정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성용훈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생보주는 지난 1년간 자기자본이 20.4% 증가했지만 시가총액은 오히려 13.3% 감소해 더 이상 비싸지 않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며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러시가 임박한 가운데 본격 개막되는 퇴직연금 시장에서의 수혜 등으로 성장성 우려가 어느정도 희석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승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보험업의 기초체력이 양호하고 위험요소가 낮아 향후 3년간 기업가치 성장속도는 두 자릿 수 이상이 될 것" 이라며 "연금시장 확대가 생보사 성장에 대한 갈증을 해소시켜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