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벌주의는 경계해야겠지만 시민들의 목소리를 단순히 ‘법 감정’으로만 치부하기는 어렵다. 지난달 열린 숙의토론회에서 200여명의 시민들은 9시간에 걸친 논의를 거친 후에도 형사책임연령 하향에 대해 압도적인 찬성 입장을 유지했다. 주말까지 반납하며 치열하게 고민한 이들의 결론을 포퓰리즘이라는 단어로만 설명할 수 있을까.
연령 하향조정 찬성론자의 입장에서는 청소년 교육과 복지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다는 점이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형사책임연령이 일정 수준까지 낮아질 경우 부모가 자녀의 생활지도를 적극적으로 수행하게끔 하는 동기가 생길 수 있다”는 송종영 변호사(법무법인 하민)의 발언은 법이 일정 부분 교육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나온다.
관련 토론에 참여한 청소년들조차 “엇나간 우리를 마지막으로 붙잡아줄 수 있는 건 법이 아니겠냐”고 했다. 처벌을 목적으로 하는 법이 이제는 보호와 복지의 역할까지 대신해주길 요구받고 있다.
형법이 교육과 복지를 대신하는 상황에 이르기까지 국가는 어디에 있었나.
돌아봐야 할 건 국민의 판단이 아니라 국가의 실패다. 제도 개선에 손을 놓고 있다가 촉법소년 논의에 이르러서야 시민을 설득하려는 태도는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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