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형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 전격 사면

가까스로 대통령직 지킨 쿠친스키
기권표 10표, 뒷거래 정황 짙어
  • 등록 2017-12-25 오후 7:49:43

    수정 2017-12-25 오후 7:49:43

[이데일리 뉴스속보팀] ‘페루를 살린 지도자’ 또는 ‘독재자’라는 상반된 평가를 받는 알베르토 후지모리(79) 전 페루 대통령이 12년 복역을 끝으로 사면 받았다.

AP통신, 뉴욕타임스 등에 외신에 따르면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페루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인도적 이유로’ 후지모리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결정했다. 쿠친스키 대통령은 “후지모리 전 대통령이 퇴행성 불치병으로 계속 고통받고 있다”며 “수감생활을 더이상 지속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부정맥, 혀암 등의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건강악화를 이유로 인도적 사면을 요청한 바 있다. 지난 1990년대 페루 경제를 부흥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던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자행한 학살과 납치, 횡령 등으로 2009년 25년형을 선고받았다.

이번 사면 결정을 두고 ‘인도적 결정’이 아닌 ‘정치적 뒷거래’로 보는 시각이 많다.

외신에 따르면 쿠친스키 대통령은 재무장관과 총리직을 수행했던 2004~2013년 브라질 건설사 오데브레시에 국가 인프라 사업권을 넘기는 대가로 500만달러(약 54억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로 탄핵위기에 직면했었다.

하지만 21일 의회 표결에서 탄핵을 추진했던 제1야당 민중권력당 의원 10명이 돌연 기권하면서 쿠친스키는 대통령직을 지키는 데 성공했다.

탄핵안 부결 후 페루 정치권에서는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차남인 겐지 후지모리 민중권력당 의원이 자신의 아버지를 석방하는 대가로 쿠친스키 대통령의 탄핵을 부결시키기로 모종의 뒷거래를 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사면 결정이 의회의 탄핵안 표결 후 3일 만에 나왔다”며 “‘탄핵 부결의 답례’라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사면에 대해 로날드 가마라 인권변호사는 “이번 사면은 가짜로, 어떤 이유로든 인도주의적 사면으로 간주돼서는 안된다”며 “이는 정치적 사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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