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8일(현지시간) “룰라 대통령은 지난주 중국을 방문했을 때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중국 최대 국영 방산업체인 노린코의 천더팡 회장과 특별 면담했다”고 보도했다. 브라질 현지언론들은 룰라 대통령이 천 회장과 만나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브라질 항공우주·방위산업체 아비브라스 지분을 노린코가 인수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공식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으나 룰라 대통령의 비서실장인 후이 코스타는 브라질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기업의 브라질 사업이나 아비브라스 투자에 저항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브라질 정부는 안면인식 시스템을 포함한 노린코의 공공 안보 기술을 적용하는 데에도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비브라스는 브라질의 주요 중장비 국방시스템 제조업체로, 브라질군에 미사일과 로켓포를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노린코는 아비브라스 지분 49%를 인수하는 제안서를 제출한 바 있다. 노린코는 군수·민간 제품을 모두 생산하는 세계 최대 방산업체 중 하나로, 지난해 매출액은 2190억위안(약 42조 5000억원)에 달한다. 해외 투자액도 230억달러(약 32조 2000억원)를 웃돈다.
특히 노린코가 아비브라스 지분 인수에 성공하면 중국 무기 수출이 남미 전역으로 확대될 수 있다. 전통적으로 미국과 유럽 무기 시스템에 크게 의존해 온 남미 지역에 중국의 무기 수출을 확대하는 발판이 돼 줄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과 글로벌 패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중국은 남미에서도 영향력 확대를 위한 광범위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룰라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글로벌 관세 전쟁을 겨냥해 “개발도상국들이 더 공정한 국제 질서를 형성하기 위해 단결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노린코는 이달 중 국방, 안보, 석유, 가스, 광업 분야의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브라질에 대표단을 파견할 계획이다. 영국 런던 소재 왕립합동서비스연구소(RUSI)의 라틴아메리카 안보 선임연구원인 카를로스 솔라르는 “브릭스 회원국인 두 나라 간 긴밀한 경제·정치적 유대를 고려했을 때 브라질이 노린코와 같은 대기업과 협력하려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고 짚었다.
실제로 브라질 언론들에 따르면 미국은 자국산 부품·기술 금수 조치 가능성까지 경고한 상황이다. 중국이 아비브라스의 공급망을 교란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중국 상하이대학교 라틴아메리카연구센터의 장스쉬에 교수는 이번 만남의 전략적 의미를 축소하며 “노린코의 모든 사업이 군사 분야와 관련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이 남미 국가들과 협력하더라도 국방 분야를 포함해 지역 안보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SCMP는 “남미를 자국 영향권으로 간주해 온 미국에 대한 브라질 내부 반감, 이에 따른 브라질의 다각적 외교 전략이 이번 협력의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남미 방산·안보 지형이 미중 전략 경쟁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