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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생은 물론 서울의 명문대 출신들에게도 취업문은 좁기만 하다. 중소기업으로 눈을 돌려봐도 사무직 일자리를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취업 준비생 김호영(가명·28)씨는 지방 사립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에 상경, 3년째 구직활동 중이다. 욕심 부리지 않고 중소기업에 원서를 넣고 있지만 서른 번 넘게 떨어졌다. 부모님은 집 근처에서 직장을 구하라고 하지만 김씨의 고향인 군산시에서는 사무직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려워 미련을 못 버리고 있다.
재작년 서울 명문 사립대 3학년에 편입, 졸업을 앞둔 한소영(가명·26)씨. 한씨는 대학 입학 때 5대 그룹 계열사 입사를 목표로 세웠다. 지방 국립대 졸업장으로는 대기업 입사가 어렵다는 주위의 조언에 서울로 대학을 옮겼다. 하지만 어렵게 딴 명문대 간판도 높아진 취업문을 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최근 대기업 공채시험에서 줄줄이 낙방한 김씨는 취업 재수생의 길을 선택, A기업 입사를 목표로 스터디 모임에서 공부 중이다. 한씨는 “편입준비 기간을 포함, 대학 5년을 고3처럼 살았다”며 “어학연수를 다녀오고 주말이면 봉사활동까지 참여하며 입사준비를 했는데도 소용이 없었다”고 허탈해 했다.
이에 따라 창업으로 눈을 돌리는 2030들이 늘고 있지만 창업은 취업보다 성공률이 더 희박하다.
은퇴 후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나선 5060세대들의 재취업 경쟁 또한 치열해지고 있다. 100만명에 육박하는 베이이부머가 일시에 회사를 떠나 재취업시장으로 쏟아져 나온 때문이다. 30년간 대기업 공장에서 화학제품 생산과 품질 관리 업무를 맡아오다 명예퇴직한 강현상(가명·54)씨는 중소기업 면접에서 “‘캐드’를 할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답을 못해 떨어졌다. 그 뒤 5개월간 학원을 다니며 캐드를 배웠지만 헛수고였다. 2년 가까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허송세월하던 강씨는 지방소재 기업으로 눈을 돌려 지난해에야 충남지역의 한 중소기업에 들어갈 수 있었다.
플라스틱 부품을 제조하는 중소기업에서 영업을 담당해 온 김기현(가명·50)씨는 최근 해고 통보를 받고 다른 직장을 알아보는 중이다. 김씨는 “업무상 먹은 술 때문에 몇 차례 지각을 했는데 근태 불량으로 사표를 내라니 암담할 따름”이라며 “택시기사 자리를 알아보고 있다”고 씁쓸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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