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1040조원..증가세 소득보다 두 배 이상 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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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2분기 가계신용 1040조..석 달 만에 15조 증가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 증가속도..5년 평균보다 가팔라
제2금융권으로 몰리고, 잘못된 정책에 은행권 빚도 들썩
  • 등록 2014-08-26 오후 12:00:00

    수정 2014-08-26 오후 5:47:01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가계부채가 1040조원을 넘어서며 또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1000조원을 넘어서면서 둔화됐던 가계빚 증가속도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팔라지는 모습이다. 빚의 질도 점점 나빠지고 있다. 부실 가능성이 높은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증가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잠잠했던 은행권 빚도 들썩였다.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비해 고정금리 대출비중을 늘리라는 잘못된 정책으로 인한 결과다.

여전히 소득보다 빚이 두 배 이상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기준금리가 인하된데다 총부채상환비율(DTI),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완화되면서 빚이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계 빚이 경제회복의 뇌관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제2금융권 기타대출 급증..잠잠했던 은행권도 들썩

<자료: 한국은행>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2분기중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6월말 가계신용(가계대출+판매신용)은 1040조원으로 전분기(1024조9000억원)보다 15조1000억원, 1.5% 증가했다. 이중 가계대출은 982조5000억원으로 14조8000억원(1.5%)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은 432조원으로 9조8000억원(2.3%) 늘어났다. 증가액으로 역대 최대치다. 판매신용은 3000억원(0.6%) 늘어난 57조5000억원으로 조사돼 2년 연속 2분기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전환됐다. 가계신용의 전분기 증가폭이 3조4000억원(0.3%)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증가폭이 확대됐지만, 통상 봄 이사철 수요로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예년 수준의 증가세다.

그러나 가계대출에서 기타금융기관 등을 제외한 예금취급기관(은행+비은행)만 떼어놓고 보면 빚의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은 705조2000억원으로 14조7000억원(5.8%)이 급증했다. 지난 5년간(2009~2013년) 2분기 평균 증가폭이 12조원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빚의 증가속도가 가팔라진 것이다.

<자료: 한국은행>
특히 관리가 어려워 부실가능성이 높은 비은행권(제2금융권)의 빚 증가가 빨랐다.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215조6000억원으로 6조4000억원이 늘었다. 5년 평균(2분기 기준) 증가폭이 3조40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3조원 가량 더 증가한 것이다. 주택담보대출은 2조5000억원 늘어나 평균(1조6000억원)보다 많았고, 기타대출도 3조9000억원 증가해 평균(2조5000억원)보다 더 늘어났다. 이재기 한은 금융통계팀 차장은 “비은행권 빚은 주로 지방에서 늘어나는데, 지방 혁신도시 등으로 상호금융의 부동산 담보대출 등 기타대출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제2금융권의 빚의 증가속도가 빨라지다보니 수도권보다 지방 중심으로 빚이 대폭 증가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수도권 가계대출은 428조2700억원으로 5조9000억원 늘어난 데 비해 지방은 276조9400억원으로 8조7000억원이 급증했다. 지방은 1년간 무려 25조7000억원이 늘어나 한 해 빚 전체 증가폭(지난해 27조3000억원 증가)과 비슷했다.

한동안 잠잠했던 은행권 빚 증가속도도 가팔라졌다. 예금은행 가계대출은 489조6000억원으로 8조3000억원 늘어났다. 5년 평균(7조8000억원)보다 더 빠르게 늘어난 것이다.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고정금리 대출비중을 늘리라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 때문이다. 은행이 고정금리 대출을 늘리기 위해 혼합형대출(고정금리+변동금리 구조) 영업을 강화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이 7조4000억원 급증했다. 5년 평균(4조8700억원)보다 3조원 가량이 더 많이 늘어난 것이다.

이재기 차장은 “지난해 2분기부터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높기 때문에 기타금융기관 등에 이전되는 주택담보대출은 줄었는데 정부의 정책으로 은행들이 고정금리를 변동금리보다 낮게 유지하면서 대출을 확대한 결과”라고 말했다. 주택금융공사 등으로 이전되는 주택담보대출(고정금리 적격대출)은 75조6000억원으로 석달 전보다 9000억원 가량 줄었다.

소득증가 속도보다 두 배 이상 빨라

빚이 빠르게 늘어나도 그 이상으로 소득이 증가한다면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소득 증가보다 빚이 두 배 이상 빠르게 늘어났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가계부채 증가가 소득 증가 이내로 된다면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힌 것과는 정반대 상황이다.

2분기 가계대출은 1년 전보다 56조2000억원 증가해 6.1% 증가율을 보였다. 이에 비해 통계청이 발표한 같은 기간(4~6월) 가계의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소득에서 비소비지출 차감)은 338만1000원으로 2.8% 증가했다. 한은의 가계신용은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가계 빚을 조사하는 반면, 통계청은 표본추출한 약 8700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다. 단순 비교에 한계가 있지만, 가계 경제를 나타내는 지표라는 점에선 같다.

최문박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내수가 살아나지 않아서 기준금리를 낮추고 규제도 완화했기 때문에 대출은 지금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늘어난 대출이 내수경기 활성화와 자산가격 상승으로 인한 가계소득 증가로 이어진다면 긍정적일 것이지만, 그렇게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주택대출 규제는 은행권 중심의 완화이기 때문에 당장 (뇌관이) 터질 요인은 아니다”면서도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의 만성적인 위험요인이라 안심할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모니터링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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