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값 깎는게 아냐'…호림 윤장섭 성보문화재단 이사장 별세

유화증권·성보실업 창립한 기업인
'호림박물관' 세우고 1970년대 문화재 수집 본격
국보 8점·보물 53점 등 1만 5000점 모아
간송 전형필·호암 이병철과 3대 문화재수집가
  • 등록 2016-05-16 오전 10:57:43

    수정 2016-05-16 오후 12:27:30

15일 타계한 윤장섭 성보문화재단 이사장이 생전에 수집한 문화재를 감상하고 있다(사진=성보문화재단).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호림 윤장섭 성보문화재단 이사장이 지난 15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4세.

재계에서 ‘개성상인’으로 불리는 고인은 유화증권과 성보실업을 창립했다. 기업인으로서 족적을 남겼지만 사재를 털어 호림박물관을 세운 문화재 수집가로 명성이 더 높았다. 문화재계는 간송 전형필, 호암 이병철과 더불어 국내 3대 문화재수집가로 평가한다.

1922년 개성에서 태어난 고인은 개성공립상업학교와 보성전문학교 상과를 졸업한 뒤 전공을 살려 사업에 뛰어들었다. 1957년 부동산임대업을 기반을 한 성보실업을 세웠고 1961년 작물보호제를 제조하는 성보화학을 만들어 돈을 벌었다. 1962년에는 증권업에 뛰어들어 유화증권을 설립했다. 유화증권은 창립 이래 이름을 바꾸지 않은 몇 안 되는 증권사다. 1970년대 재계에서 ‘현금왕’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많은 재산을 모았음에도 기업 인수나 매매 등을 통해 사업을 확장하지 않아 개성상인의 명예를 지킨다는 평을 들었다. 1979년에는 성보학원과 성보장학회를 설립해 성보중·고등학교를 운영하기도 했다.

고인이 문화재에 눈을 뜬 건 학창시절이다. 개성공립상업학교 재학 중 당시 고유섭 개성박물관장의 특강을 통해 관심을 갖게 됐고 1971년 고미술 중개상인으로부터 ‘청자상감유로연죽문표형주자’를 구매하면서 본격적인 문화재 수집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개성 출신인 최순우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황수영 전 동국대 총장, 진홍섭 전 연세대 석좌교수의 조언을 받아 1만 5000여점의 문화재를 수집했다.

이후 1981년 개인재산을 출연해 성보문화재단을 설립한 이듬해 자신의 아호를 딴 호림미술관을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개관했다. 이어 1986년 박물관법 시행 때 호림박물관으로 개칭한 뒤 1999년에는 관악구 신림동에 확장·재개관했으며 2009년 강남구 도산대로에 호림박물관 신사분관을 열었다. 현재 성보문화재단은 국보 8점, 보물 53점, 서울특별시 지정문화재 11점 등을 소장하고 있다. ‘청화백자매죽문호’(국보 222호), ‘백지묵서묘법연화경’(국보 211호), ‘분청사기박지연어문 편병’(국보 179호) 등이 대표적인 소장품으로 꼽힌다.

일제강점기 우리 문화재를 지킨 간송 선생처럼 고인 역시 가치가 있는 문화재는 값을 깎지 않고 사들인 것으로도 유명하다. 1974년 ‘청화백자매죽문호’를 구입하기 위해 당시 서울 도심 빌딩 한채 가격인 4000만원을 지불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고인은 정부로부터 2001년 국민훈장목련장, 2009년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2011년에는 명지대에서 미술사학 명예박사학위도 받았다.

호림박물관 관계자는 “혜화동 자택에서 미술관까지 지하철을 타고 나올 정도로 실제 생활은 무척 검소했다”며 “최근까지도 문화재 수집을 할 정도로 문화재에 대한 애착이 정말 남달랐다”고 말했다.

유족으로 부인 박정윤 여사와 아들인 재동(성보화학 부회장), 재륜(서울대 교수), 경립(유화증권 회장), 며느리 오윤선(호림박물관장)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0호실. 발인은 18일 오전 9시, 장지는 경기 고양시 선영이다. 02-3010-2230.

15일 타계한 윤장섭 성보문화재단 이사장이 생전에 수집한 문화재를 감상하고 있다(사진=성보문화재단).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MICE 최신정보를 한눈에 TheBeLT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죽더라도 지구로 가자!
  • 한고은 각선미
  • 상큼 미소
  • 무쏘의 귀환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