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가 감리 업체를 선정한 건축물은 발주처가 감리 업체를 선택한 건축물보다 24.5%가량 사고가 더 많이 발생했다. 지자체 지정 감리 확대는 건설현장의 현실을 제대로 모르는 상황에서 나온 탁상행정이란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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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자체 지정 감리했다가 ‘부실 공사’로 아파트 무너졌는데...
1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따르면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이 1월 발의한 건축법 개정안에는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민간의 대규모 건축물에 대한 감리를 강화하기 위해 인허가권자, 즉 지자체가 지정 감리를 하는 방안이 담겨 있다. 이는 국토교통부가 검단 아파트 붕괴 사고 재발 방지책으로 2023년말 발표한 건설카르텔 혁신 방안을 의원입법으로 발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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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지정 감리가 부실 공사를 막는 데 실효성이 없음을 여실히 보여준 사고가 연달아 발생했음에도 이를 다중이용 건축물로 확대하는 방안이 해결책으로 제시된 것이다.
건설업계에선 국토부가 건설 현장의 현실을 제대로 모르고 대책을 내놨다고 비판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민간공사에서 어느 발주사가 내돈을 주고 감리 업체를 선정해 부실공사를 방지하라고 했는데 발주사가 감리 업체와 유착해 부실을 못 보도록 내버려두겠냐”며 “지자체에서 지정 감리하겠다는 것은 ‘뽑기’로 감리 업체를 선정하겠다는 터무니없는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기업에서 감리 업체를 선정할 때 대형 감리 업체 두세 개 업체만 불러서 치열하게 경쟁시켜서 선정하는데 지자체 감리는 수백 군데 중에 뽑기 해서 나눠주는 형태”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검단 아파트는 지자체에서 감리 업체를 선정했음에도 공사 설계와 감리 업체 모두 LH 전관을 영입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국토안전관리원에 따르면 2022년~2024년 건설공사 감리자별 안전사고 발생 비율을 보면 감리 업체를 지자체가 지정하는 건축물(아파트, 연립주택)에선 100만㎡당 사고 수가 34.4건인 반면 그렇지 않은 건축물은 27.6건으로 집계됐다. 지자체 지정 감리 건축물이 24.5% 가량 사고 발생 건수가 높은 것이다.
건설공사 현장에서 감리 역할이 제한적인데 이들에게 부실 공사의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이 관계자는 “100억원짜리 공사를 하면 시공사가 99%를 가져가고 감리에겐 1%를 준다. 건설 현장은 기본적으로 시공사가 이끌어간다”며 “자동차에 결함이 생기면 자동차 제조회사가 잘못한 것이지, 품질 검수하는 사람이 잘못한 거냐”고 짚었다.
정부의 이러한 대책은 건설 기획, 설계, 발주, 시공 및 운영 등 프로젝트 전 단계를 통합해 관리하는 건설사업관리(CM·PM)을 활성화하겠다는 정책 방향과도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의 민간 CM·PM 시장은 법적으로 의무화돼 있는 감리 업무에 발주자를 대신해 프로젝트를 통합 관리하는 서비스를 더하는 형태로 계약된다”며 “그런데 법적 감리만 발주자가 아닌 지자체가 선정하면 발주자는 단순 감리만 선택하게 돼 필요한 사업 관리가 이뤄지지 못하거나 별도의 사업관리자를 고용할 수밖에 없어 추가적인 비용 부담을 강제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