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의 눈]편의는 뒷전인 재외국민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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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17-05-09 오후 3:40:46

    수정 2017-05-09 오후 3:40:46



[뉴욕=이데일리 안승찬 특파원] 재외국민 투표는 유신과 함께 사라졌다. 1972년 유신헌법으로 불리는 제4공화국이 출범하면서 대통령 직선제는 간선제로 바뀌었다. 대통령을 체육관에서 모여 뽑는 마당에 외국에 사는 재외국민들에게 투표권을 줄 리 만무했다. 그러자 일본과 프랑스 미국 캐나다에 살고 있던 국민들은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외국에 살고 있어도 대한민국 국민인데 투표권을 막는 건 기본권 침해 아니냐는 문제 제기였다. 결국 헌법재판소가 2007년 이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2년 후 재외국민 투표가 다시 부활했다. 유신과 함께 사라진 지 37년만의 일이었다.

때이른 무더위가 무색할 만큼 제19대 대통령선거 투표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그 열기는 해외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번 대선 재외국민 투표는 지난달 25일부터 30일까지 전세계 116개국 204곳의 투표소에서 치러졌고 재외국민 22만1981명이 참여해 역대 최고인 75.3%의 기록적인 투표율(등록자대비)을 보였다. 지난 2012년 2월 치러졌던 제18대 대선 당시 투표자수보다 무려 40% 이상 늘어났고 투표율도 4.2%포인트나 올라갔다.

이처럼 재외국민 투표율이 높아진데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인해 국내 정치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는 점 외에도 인터넷 투표 등록이 허용되면서 등록과 투표까지 두 차례나 공관을 찾아야하는 불편함이 사라진데다 영구명부제가 도입되면서 재외선거 등록 신청에서의 첨부서류가 폐지됐고 투표소가 추가로 늘어나고 투표소까지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셔틀버스를 제공하는 등 재외공관의 노력이 크게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인들이 사는 동네마다 투표소가 설치된 게 아니라 띄엄띄엄 설치돼 있다. 뉴욕 인근만 해도 뉴욕시(市) 플러싱과 뉴저지주(州) 팰리세이즈파크 등 두 곳에만 투표소가 설치돼 있을 뿐이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재외국민 투표소는 원칙적으로 공관에 설치해야 하며 재외국민수가 4만명 이상일 때마다 1곳씩 투표소를 늘릴 수 있도록 돼 있어 한인사회 규모가 크지 않은 곳에서는 투표소 설치 자체가 수월치 않다. 실제 호주에서는 아이를 데리고 온 젊은 부부를 포함해 비행기로 약 5시간 거리도 마다하지 않고 달려온 동포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고 러시아 연해주에 사는 101세의 한기봉 여사는 최고령 재외국민 투표자로서 딸 내외가 운전하는 자동차로 280㎞나 떨어진 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관까지 왕복 8시간이 넘는 거리를 달려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이는 엄청한 투표 열기를 보여주는 사례이긴 하지만 역설적으로 재외국민에게 투표는 그 만큼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희생해야 하는 일이라는 걸 보여주는 단면인 셈이기도 하다.

결국은 재외국민 투표소를 추가로 확대할 수 있도록 하거나 일부에서 주장하듯이 우편을 통해 투표가 가능하도록 하는 법적 근거 마련이 절실하다. 어느 쪽이든 공직선거법 개정이라는 절차가 필수다. 그러나 재외국민 표심을 두고 보수와 진보진영의 셈법 자체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는 만큼 당장엔 법 개정이 수월치 않은 모습이다.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해외에 있더라도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높이고 국민으로서의 기본권인 참정권을 누릴 수 있도록 하자는 재외국민 투표의 당초 도입 취지를 정치권이 유념해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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