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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위원장은 이날 선대위 회의에서 ‘586(5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세대’를 향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앞서 대선 과정에서 586 정치인이 용퇴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지만 김부겸 전 총리와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장관, 최재성 전 의원을 제외하고는 이에 응한 사람이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 세대 정치인의 소명은 이제 끝났다며 강경한 발언을 이어갔다.
박 위원장은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586 정치인의 용퇴를 논의해야 한다. 선거에 졌다고 약속이 달라질 수 없다”며 “586의 사명은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이 땅에 정착시키는 것이었다. 이제 그 역할은 거의 완수했고, 아름다운 퇴장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30 청년들은 이 격차와 차별과 불평등의 최대 피해자이자 해결의 주체다. 586의 남은 역할은 이제 2030 청년들이 이런 이슈를 해결하고 더 젊은 민주당을 만들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발언은 전날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열고 ‘586 용퇴’를 포함한 쇄신안을 발표하겠다고 한 것에 대한 후속 행보로 해석된다.
공식 회의에서 86세대에 대한 강경한 발언이 나오자 다른 지도부, 특히 86세대에 속하는 인물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비공개로 전환한 후 회의실에서는 고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비공개 회의에서는 박 위원장을 향해 상의가 없었던 이야기를 해선 안된다는 취지의 고성 섞인 비판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어 박 위원장의 관련 발언이 사전 논의를 거친 것이냐는 질문에 “없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윤 위원장은 80년대 대학 운동권에 투신한 후 정치권에 입문한 대표적 ‘86 정치인’ 중 한 명이다.
민주당 선대위 또한 586 용퇴론이 박 위원장의 ‘개인 의견’임을 거듭 강조했다. 신현영 대변인은 “지도부 차원과 개인의 메시지는 분리할 필요가 있다”며 “당내 공감대가 충분히 이뤄진 후에 (비대위원장으로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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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위원장의 화살은 이재명 총괄상임선대위원장의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을 비롯한 팬덤에게도 향했다. 이와 함께 최강욱 의원의 성희롱 발언, 이른바 ‘짤짤이 논란’에 대한 조속한 징계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자신과 다른 견해를 인정하지 않는 잘못된 조직 팬덤 때문에 불과 5년 만에 정권을 넘겨줬다. 잘못된 내로남불도 강성 팬덤이 감쌌고 이 때문에 국민의 심판을 받았다”며 “잘못된 팬덤 정치는 끊어 내야 한다. ‘검찰 개혁 강행만이 살 길이다. 최강욱 의원 봐주자’라는 식(의 주장)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팬덤이 무서워서 아무 말 못 하는 정치는 죽은 정치다. 문자폭탄에 절대 굴복해서는 안 된다”며 “비대위 비상징계권을 발동해서라도 최강욱 징계정차를 합당하고 조속하게 마무리하겠다. 우리 편 잘못에 더 엄격한 민주당이 되고, 온정주위와 결별하고 내로남불의 오명을 벗어야 민주당이 쇄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 내에서도 잘못된 팬덤의 움직임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나왔다. 노웅래 의원은 지난 23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에서 박 위원장을 향해 야유가 나온 것에 대해 “민주당 내부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자기의 생각과 다른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부분”이라며 “남의 생각을 인정하고 자기와 다른 의견에 대해 마음을 여는 것이 노무현 정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