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현대차 세계최대 中시장서 몸집 줄이나…주재원 수십명 철수

현대차·기아, 중국내 생산·판매 주재원 10월 귀국
'잘 나가던' 현대차, 현지화 전략 2년여만에 철회
현대차 7월 판매 16% 급감…기아차 점유율은 0%대
中 사업축소 신호탄 되나…"시대 역행하는 것"
  • 등록 2021-08-31 오전 11:35:46

    수정 2021-08-31 오후 9:12:27

현대자동차·기아는 지난 4월 15일 온라인 채널을 통해 진행된 중국 전략 발표회 ‘라이징 어게인, 포 차이나(Rising again, For China)’에서 (왼쪽부터)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를 공개했다. (사진=현대차그룹)


[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현대자동차(005380)그룹이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주재원 약 30명을 긴급 철수시키고 조직 개편을 단행하기로 했다. 사실상 현지화 전략을 포기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현대차·기아가 실적이 부진한 중국 사업을 축소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중국 내 생산·판매를 담당 관리자급 주재원 약 30명을 한국으로 철수시키기로 지난 27일 결정했다. 이들은 최종 조율을 거친 후 한달 여 뒤인 10월 초에 순차적으로 귀국할 예정이다. 관련 부서에서 일하던 현지 직원들의 경우에도 주재원 인력 재편을 마친 후에 신사업에 배치하는 등 다소 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직개편은 현대차그룹이 사실상 현지화 전략을 접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차그룹은 중국 내 판매 부진을 극복하고자 2019년 중국 전담 조직·인원을 중심으로 사업을 독자적으로 운영하게끔 조직을 개편했다. 같은해 10월에는 국내에서 판매 상승을 이끈 이광국 사장을 중국사업총괄로 보냈다.

중국은 시장 특성상 현지 기업과 5대5 합작사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데다 현지화가 중요한 만큼 대부분 글로벌 브랜드들이 이런 전략을 취하고 있다. 중국에서 판매되는 상품 개발 및 판매 전략을 한국 본사가 아닌 중국에서 결정하는 것이다. 아울러 기아는 중국 법인 최고경영자(CEO)에 중국인을 임명하는 등 파격 인사도 진행했다.

그러나 조직 개편 후 지난 2년 여 동안 중국 내 판매는 개선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현대차·기아가 중국 내 자동차 회사 판매 순위에서도 처음으로 15위권 밖으로 떨어졌고, 현대차의 중국 공장 가동률은 33%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중국승용차연석회의(CPCA)에 따르면 7월 현대차는 중국에서 승용차 3만1000대를 판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 급감했다. 시장 점유율은 0.2%포인트 하락한 2.1%에 그쳤다. 기아차는 7월 중국 승용차 소매판매가 1만2000대로 같은 기간 40% 감소했다. 점유율은 0.5p 하락해 0.8%를 기록, 결국 0%대로 추락했다.

현대차·기아는 2016년 중국에서 179만2000대를 판매하며 정점을 찍은 후 판매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반한(反韓) 감정이 커진데다 로컬 업체들은 전기차 등을 중심으로 기술력을 높이고 있어서다.

이번 조직개편이 현대차·기아의 중국 사업 축소 신호탄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 내 딜러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커지고 있다.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현지화가 어려운 상황에서 다시 과거 운영 방식으로 역행하고 있다”며 “그동안 딜러들은 중국 법인에 보고하고, 현대차그룹 중국 지주회사인 현대차중국투자유한공사(HMGC)가 본사와 소통하는 형식이었는데 체계가 다시 복잡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대차·기아 중국 법인 측은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조직개편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HMGC 관계자는 “본사의 중국 사업 지원 체계를 강화하고 중국 본사는 신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조직개편을 진행하는 과정”이라면서 “직원들의 불편이 없게끔 다방면으로 지원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갑작스럽게 귀국해야 하는 주재원들도 아우성이다. 한국 내 거주지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하고 자녀의 학기 일정도 조절해야 하는 어려움에 닥쳤다. 중국의 1학기는 한국과 달리 9월부터 시작하기에 1년을 유급하거나 자퇴를 한 경우 부득이하게 검정고시를 봐야 하는 경우까지 발생할 수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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