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성형 후 냄새 못맡게된 40대 환자…손해배상 기준은?

수술 뒤 콧속에 거즈…무후각증 상태 지속
의사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원고 일부 승소
"맥브라이드 평가표보다 KAMS 적용 합리적"
노동능력상실률 평가 관련 새로운 기준 제시
  • 등록 2023-12-05 오후 12:00:00

    수정 2023-12-05 오후 12:00:00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코 성형수술 뒤 냄새를 맡지 못하게 된 40대 여성환자에게 성형외과 의사가 2555만원의 손해를 배상해줘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피해 환자의 노동능력상실률 산정 기준이었다. 법원은 60년간 개정되지 않은 채 과거에 머물러 있는 ‘맥브라이드 평가표’보다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대한의학회 장애평가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그동안 손해배상 실무에서 맥브라이드 평가표와 미국의학협회 기준(AMA), 대한의학회 장애평가기준(KAMS) 등이 특별한 원칙 없이 그때그때 이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법원이 노동능력상실률 평가에 관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는 의미가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원고 A씨가 의사 B씨를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쌍방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5일 밝혔다.

A씨는 2016년 7월 B씨로부터 쌍꺼풀 수술, 뒤트임, 융비술(코 높이는 수술), 입술 축소술 등 성형수술을 받았다. 수술 직후부터 코의 통증과 호흡곤란이 계속됐고 수술 뒤 11일째에 이비인후과 진료를 받았다. 오른쪽 콧속에서 거즈가 발견돼 제거한 A씨는 이후 후속 치료를 받았으나 냄새를 맡지 못하는 무후각증 상태가 지속됐다. 결국 A씨는 의사 B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의사 B씨가 환자 A씨에게 4628만원의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A씨가 해당 수술 외 코에 거즈가 남을 수 있는 다른 치료를 받았다는 증거가 없고 진료기록부에 거즈 제거에 관한 구체적 기록이 없는 등의 사정을 고려하면 B씨의 과실로 인해 A씨의 무후각증이 발생하게 됐다고 추인할 수 있다”며 “다만 A씨 코에서 거즈를 제거한 이비인후과에서 상급병원 진료를 권유했으나 A씨가 이를 따르지 않아 무후각증으로 악화한 사정도 있으므로 B씨의 책임을 60%로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2심은 B씨가 지급해야 할 손해배상액을 2555만원으로 낮췄다. 2심 재판부는 B씨의 과실과 책임제한에 대해 1심과 동일한 판단을 내리면서도 A씨의 노동능력상실률을 1심의 15%가 아닌 3%로 인정했다. 이는 기존 맥브라이드 평가표가 아닌 대한의학회 장애평가기준에 따른 결정이다.

재판부는 “대한의학회 장애평가기준은 맥브라이드 평가표의 장애율 산정에 관한 불균형과 누락을 시정하고 현실적인 우리나라 직업분포에 맞는 노동능력상실지수를 설정한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기준임이 분명하다”며 “이제부터라도 이를 기준으로 노동능력상실률을 평가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다.

대법원도 이같은 원심의 판단을 수긍하고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대법원은 “원심이 원고의 노동능력상실률을 산정할 때 채택한 평가기준 및 그 산정 결과는 수긍할 수 있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해 자유심증주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노동능력상실률 산정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사진= 방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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