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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간) CNN은 지난 26일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벌어진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회담의 막전막후를 보도했다. 미·유럽 당국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 만남은 외교와 우연이 충돌한 놀라운 순간으로 당일에도 사실 회담이 성사될지는 불확실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고(故)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에 참석하기 위해 로마로 향하던 25일 긴 만남을 가질 시간이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고 고인을 기리는 자리에서 외교적 활동을 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다음날 성 베드로 성당에 두 사람이 도착했지만 회담 여부는 여전히 정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만남이 성사된 순간, 바티칸 관리들은 신속하게 움직여 성 베드로 대성당 구석에 의사 세 개를 가져왔다. 두 사람이 만난 곳은 요단강에서 세례자 요한에게 세계를 받는 예수 그리스도의 그림이 걸려있는 성 베드로 대성당의 세례 예배당으로 이는 두 사람이 세계 지도자들의 시선을 벗어나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했다.
이후 두 사람은 통역관이나 보좌관 없이 15분간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2월 말 백악관에서 이뤄진 회담이 설전과 고성 끝에 파국으로 끝난 지 약 2달 만이다. 15분간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만남 직후 트루스소셜을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쟁을 중단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며 “그는 지난 며칠 동안 (우크라이나) 민간 지역과 도시, 마을에 미사일을 쏠 이유가 없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 역시 엑스(X, 옛 트위터)를 통해 “좋은 회동이었다. 우리는 많은 것을 일대일로 논의했다. 논의된 모든 것에 대한 결과를 기대한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인 27일 기자들과 만나 젤렌스키 대통령이 추가 무기를 요청했다고 전하며 이는 “항상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두 정상은 2014년 러시아가 강제병합한 크림반도 문제도 간략히 논의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크림반도를 러시아에 넘겨준다는 미국의 구상에 항의했느냐고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무심하게 “크림반도 얘기를 왜 꺼내는지 모르겠다. 그건 오래된 일”이라고 밝혔다.
CNN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평화를 호소했던 성 베드로 대성당 안에서 이뤄진 이번 만남의 상징성에도 실질적으로 전쟁 종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봤다. 그러나 이달 초만 하더라도 “젤렌스키를 좋아하지 않는다”며 우크라이나가 스스로 전쟁을 연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책임 소재를 러시아로 돌린 것은 눈에 띄는 변화라고 지적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평화 협상은 여전히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 대해 “공격을 그만두고 협상 테이블에 앉아 합의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주 미국이 평화협상을 계속 중재할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낙관할 이유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해야 할 이유도 있다”며 “우리는 가까워졌지만 아직 충분히 가깝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이 노력이 결실을 맺지 못한다면, 앞서 말했듯이 우리는 이 노력에 계속해서 시간과 자원을 투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