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은 지난 2년 6개월간 촛불정국으로 대표되는 정치적 고비와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경제적 고비를 넘어 숨가쁜 강행군을 펼쳤다. 취임 이후 총 1900번이 넘는 행사에 참석하면서 하루평균 이동거리가 500km를 넘었다고 한다.
`얼리버드(early bird)`를 몸소 실천하면서 종횡무진 국사를 챙긴 덕분인지 경제위기를 효과적으로 극복한 것은 물론 G20 정상회의를 유치하는 등 국격(國格)도 크게 향상됐다.
`경제대통령`의 소임이 주어진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 전반기 성적표는 외형상 나쁘지 않지만 아쉬운 점 역시 크다.
무엇보다 이명박 정부엔 `감동(感動)`이 없다. 샐러리맨 신화를 일군 기업인 이명박에 대한 감동이 대통령 이명박에게선 잘 배어나지 않았다.
철학과 과정보다는 효율성과 목표를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국정운영 스타일은 국정철학의 부재와 불통(不通)으로 이어졌고, 여기저기서 혼란과 불협화음을 빚어냈다.
지난 광복절 경축사가 대표적이다. 이 대통령은 경축사를 통해 `친서민`과 `공정한 사회`를 집권 후반기 주요 국정화두로 제시했다.
경축사의 내용은 듣기엔 좋았지만 진정성은 느껴지지 않았다. `친기업`에서 `친서민`으로, `경제성장`에서 `공정사회`로의 선회에 따른 공감대가 크게 부족했던 데다 무엇보다 최근 국정운영 모습과 괴리가 커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렸다.
집권 후반기를 맡을 인사를 뽑은 8.8 개각 역시 고소영·강부자로 상징되는 1기 내각 못지않게 이 대통령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권력 사유화의 장본인으로 비판받아온 인사를 영전시키고, `학업을 위해서라면 괜찮다`는 해괴한 논리로 엄연한 불법인 위장전입을 용인하는 등 반칙과 특권을 없애는 엄정한 법 집행으로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겠다던 공정사회의 기초를 스스로 허물었다.
이 대통령은 `보다 엄격한 인사기준을 만들 것`을 지시하면서도 기존 고위공직자 후보자들에겐 해당하지 않는다는 듯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소통 역시 마찬가지다.
경축사와 개각을 통해 집권 후반기 중요한 화두로 소통을 내세우면서도 정작 경축사 작성이나 주요 정책 추진과정에서 야당은 커녕 여당인 한나라당과도 전혀 상의가 없었다는 점은 소통의 진의를 의심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의 소통법은 쌍방향의 열린 소통이 아니라 일방적인 주입식 소통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이 대통령 스스로도 경계했지만 `친서민 중도실용` 기조는 그 자체로서 시류에 편승하는 `포퓰리즘`에 빠질 가능성도 농후하다.
특히 경제정책의 경우 집권 후반기를 맞아 더욱 세심한 조율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스럽다. 분명한 정책방향과 수단이 정해져 있던 위기모드를 지나 이제 정상모드로 전환하게 된 만큼 정권의 색깔이 보다 강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어서 그렇다.
무엇보다 `친서민` 기조는 재정 건전성 악화과 함께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경기부양이라는 유혹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외환위기 극복 후 카드사태를 초래한 김대중 정부의 사례를 깊이 되새길 필요가 있다.
대북정책을 비롯한 외교정책 역시 보다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말 그대로 `중도실용`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즘(ism)`에 빠진 대북정책이나 한미동맹에 과도하게 의존한 외교전략은 정치는 물론 경제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의 발목을 잡을 수 있고, 실제로 일부는 현실화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임기 반환점을 맞아 "임기 마지막 날까지 초심을 갖고 흔들림없이 나아갈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고 한다.
이 대통령의 자세엔 박수를 보낼만하지만 국민들은 초심을 갖고 흔들림없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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