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 제품인 D램 가격이 무려 21개월간 이어진 하락세를 마감하고 상승 반전한 것이다. 세계 D램 반도체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는 물론 2위인 SK하이닉스(000660) 등 국내 기업들의 하반기 실적 향상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다.
8일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와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D램(DDR3 4Gb 512Mx8 1333/1600MHz)의 지난달 31일 기준 고정거래가격(평균계약단가)은 평균 1.38달러(1506.7원)로 전월 대비 2.99% 올랐다. 직전달인 7월 29일 기준 가격도 전월 대비 7.20%나 급등해 두 달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는 지난 2014년 10월 D램 가격이 2.44% 오른 이후 21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이다. 당시에는 가격 상승 흐름이 한 달밖에 지속되지 못했다. D램 가격이 2개월 연속 오른 것은 2013년 11~12월 이후 32개월만에 처음이다.
모바일 제품에 주로 쓰이는 낸드플래시(64Gb 8Gx8 MLC) 가격도 지난 6월말부터 상승세로 돌아섰다. 낸드플래시 가격은 2014년 7월 0.33%가 오른 이후 2년 가까이 보합과 하락세를 반복해왔다. 그러나 올해 6월 30일 기준 가격이 전월 대비 10.89%나 급상승했고 7월에도 3.57%가 더 올랐다. 현재 8월 31일 기준 낸드플래시의 평균 가격은 2.32달러(2533.2원)다
특히 갤럭시노트7 리콜로 인해 타격이 예상되는 삼성전자의 경우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피해를 상당부분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전체 매출 50조 9400억원 가운데 반도체 분야에서 12조원을 벌어들였다. 반도체가 영업이익(8조1400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2.4%(2조64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메모리 분야 매출은 8조4300억원으로 반도체 전체 매출의 70%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사업이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가격의 상승세는 갤럭시노트7으로 손실 위기를 맞은 삼성전자에게는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 2분기를 기준으로 전 세계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양사의 점유율은 75%에 육박한다. 증권업계는 D램 가격 반등에 따라 이들 두 회사의 올 3분기 실적이 향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메모리 가격의 상승반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위험요소가 많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시에 있는 ‘시노킹 테크놀로지’가 내년 말이나 2018년 초부터 D램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향후 공급 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 위험이 있다.
시노킹은 일본 반도체 기업인 엘피타 사장 출신인 사카모토 유키오가 허페이시 정부와 공동으로 약 8000억엔(8조 3000억원)을 투자해 설립한 회사다. 대만과 합작한 중국 푸젠 진화 집적회로공사도 비슷한 시기에 D램 생산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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