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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건물주와 B건물주 간의 소송은 두 빌딩 사이의 통행로를 두고 벌어졌다.
1994년 B건물 건축 당시 A건물주는 B건물주에게 A건물 측 토지 일부의 도로사용승낙서를 작성해 주었다. ‘A건물 측 토지의 일부를 기존도로 및 통로로 사용하고 있으며, B건물 건축을 함에 있어 도로사용을 승낙한다’는 내용이다.
통행로를 지나 공터(B건물 토지의 일부)에 B건물주는 간이주차시설을 설치해 그곳을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두 빌딩 사이의 통행로는 B건물에 출입하는 사람이나 차량뿐만 아니라 인근 주민도 사용했다. 이후 A건물과 B건물의 주인이 전전양도 됐다가 2019년 10월 현재 본소 피고인 A건물주로 소유권이 이전됐다.
하지만 A건물주는 두 빌딩 사이 통행로에 펜스(높이 약 50cm, 길이 약 36m)를 설치하고 통행료를 달라고 요구하면서 소송이 제기됐다.
이후 B건물주는 A건물주를 상대로 통행에 방해가 되는 장애물을 설치해서는 안 된다는 소송(본소)을 제기했고, A건물주는 B건물주를 상대로 통행료를 내라는 맞소송(반소)을 제기했다.
1심에서는 본소 가운데 펜스의 철거 청구 부분을 각하했다. 이미 펜스를 철거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외 나머지 본소와 반소 모두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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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은 A건물주의 청구를 일부 들어줬다. 특히 통행로 일부를 B건물주가 통행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특히 A건물 토지 소유자가 스스로 토지의 일부를 도로 부지로 무상 제공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대세적으로 사용·수익권을 포기한 것이라기보다는 토지 소유자가 도로 부지로 무상 제공 받은 사람들에 대한 관계에서 채권적으로 사용·수익권을 포기하거나 일시적으로 소유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양해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2심 재판부는 “통행로 토지의 통행으로 인한 사용이익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2022년 8월 19일부터 금전지급 청구 부분, 즉 장래의 통행료 상당의 손해배상 또는 부당이득반환 청구는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통행금지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환송했다.
대법원은 “통행로가 오랜 기간 불특정 다수인의 통행에 사용된 반면, 그 현상 및 용도에 전면적이고 적법한 변화가 초래됐거나 이를 합법적인 것으로 용인할 만한 사정변경이 보이지 않는다”며 “B건물주 및 선정자들에 대해서만 선별적·자의적으로 통행을 금지하는 것은 소유권의 행사에 따른 실질적 이익도 없이 단지 상대방 통행의 자유에 대한 침해라는 고통과 손해만을 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법질서상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는 ‘권리남용’이라고 볼 여지가 크다”며 “원심의 판단에는 통행금지청구권 및 그 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