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로드맵(안)은 지난 2월 ‘제4차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에서 발표된 것으로, 당시 금융위는 지속가능성 공시 제도화의 기본 방향으로 국제적 정합성, 기업의 수용성, 정보의 유용성 등 세 가지 기준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막상 공개된 로드맵(안)은 국제적 정합성이나 정보 유용성 측면에서 매우 미흡해 사실상 기업의 수용가능성을 유일한 기준으로 삼았다는 의구심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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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로드맵(안)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전면 수정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히 그간 정책 인게이지먼트(관여활동)에 소극적이었던 국민연금이 이례적으로 나섰다. 국민연금은 한국이 국제적 흐름에 뒤처져 있다고 지적하며, 공시 대상 전면 확대와 2026회계연도 시행, 스코프 3 유예기간 단축, 법정공시 조기 전환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드맵(안)에 대한 당정협의회에서 여당 의원들도 적용 대상 기업을 30조원 밑으로 대폭 확대하고 처음부터 법정 공시로 도입할 것을 주장했다고 한다.
실제로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발간은 해마다 늘고 있고 2025년 기준으로 자산 2조 이상 기업 중 90%가 보고서를 공시하거나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기업의 수용가능성을 더 중요하게 고려한다 하더라도 30조 원 이상으로 한정할 타당한 이유가 없다. 오히려 공시 제도화가 지연될 경우 투자자들이 부정확한 정보에 노출될 위험이 커지는 만큼 객관적이고 통일된 기준을 제공해야 할 필요성이 더 크고 시급한 상황이다.
경제단체와 일부 기업이 공시 시점을 계속 미루고 법정 공시가 아닌 거래소 공시를 주장하는 것은 충실한 준비를 위해서가 아니라 제도화 자체를 무력화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이들은 불가역적 상황이 되는 시점을 최대한 늦추고 거래소 공시로 임시방편을 마련한 뒤, 법정 공시를 위한 법률 개정 시점이 되면 논의를 원점으로 돌리려는 심산일 것이다. 금융위는 이러한 의도를 모르는 것인가, 아니면 동조하는 것인가.
기업의 수용성을 높이는 방법은 모든 기업이 OK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성 공시를 피할 수 없는 흐름으로 인식하고 규제 리스크에 대비할 수 있도록 일관되게 추진하여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이다. 올해 안에 관련 법률을 개정하여 법정 공시로 도입하고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을 시작으로 대상을 확대하는 일정을 법에 명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포함해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균형있게 반영하고 국제 정합성과 정보 유용성 기준을 충족하는 최종 로드맵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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