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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혼다와 닛산 양사 합병 논의 사정에 정통한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혼다가 우치다 사장이 물러난 후 내부 반대를 더 잘 관리할 수 있는 새로운 최고경영자(CEO)가 등장한다면 합병 논의를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
우치다 사장은 닛산 내에서 혼다와의 거래를 강력히 지지해온 인물이었지만, 닛산의 구조조정 속도에 대한 혼다 측의 불만이 커지면서 양사 CEO 간의 관계가 악화했다고 FT는 지적했다. 결국 양사간 합병 논의는 혼다가 닛산과 독립된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대신 닛산을 완전 자회사로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중단됐다.
우치다 사장은 오는 2026년까지 계속 CEO로 재임할 의사를 밝혔지만, 최근 혼다와 58억 달러(약 8조4000억원) 규모의 대형 거래 협상이 실패하면서 이사회의 압박을 받고 있다. 닛산 이사회는 우치다 사장의 퇴임 시기를 놓고 비공식적인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혼다는 여전히 닛산과 합병에 매력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닛산이 최대 주주인 미쓰비시 자동차와의 자본 관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기술 및 동남아시아에서의 강력한 입지 등을 강점이라고 보고 있다.
미베 도시히로 혼다 사장은 협상 결렬 후 취재진에 “이런 식으로 끝난 것을 후회한다”고 안타까움을 밝힌 바 있다. 미베 사장의 생각을 잘 아는 측근들의 전언에 따르면 합병 재협상에 대한 조건 중 하나가 우치다 사장이 물러나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혼다는 “비즈니스 통합에 대한 논의가 다시 이루어진다면 논의를 재개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혼다와의 거래가 갑자기 무산된 후 판매 부진과 부채 상환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닛산은 생존을 위한 대체 파트너를 찾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대만의 폭스콘은 닛산 주식을 인수해 전기차 생산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폭스콘의 전기차 부문 수석 전략책임자(CSO)인 세키 준은 한때 우치다 사장과 닛산 CEO 자리를 두고 경쟁했던 인물로, 르노와의 협상에서 닛산 주식 인수 계획을 주도했다.
닛산의 주요 파트너인 르노도 폭스콘과의 논의를 재개하며, 자신들이 보유한 닛산의 36% 주식을 프리미엄 가격에 매각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임스 홍 맥쿼리 애널리스트는 “모든 구매자는 두 가지 접근 방식을 취할 수 있는데 바로 참여하거나 문제가 발생해 가격이 내려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라며 “잠재적 구매자는 서둘러 인수할 필요가 없다. 서두르는 쪽은 닛산”이라고 말했다.
닛산의 경영 사정에 정통한 이들은 닛산이 구조조정 비용뿐 아니라 신용 강등으로 인한 대출 금리 상승 등 ‘악순환’을 피하기 위해 충분한 현금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닛산의 신용등급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서 투자 위험 단계인 ‘정크(투기) 등급’을 받았고, 다른 평가 기관에서는 투자 등급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