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오현 기자] 법원이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이 제기한 고려아연(010130)의 자사주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영풍(000670)은 고려아연이 특별관계에 해당해 자기주식을 취득할 수 없다고 주장한 반면 고려아연은 특별관계가 해소됐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고려아연의 손을 들어줬다.
|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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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부장판사 김상훈)는 2일 영풍 측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을 상대로 제기한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 결정했다. 법원은 현단계에서 피보전권리 및 보전의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의 결정으로 고려아연은 경영권 방어 수단 중 하나인 자사주 매입을 계속 추진할 수 있다.
재판부는 “영풍과 고려아연이 더 이상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141조 제2항에 따른 공동보유관계에 있지 않는다는 점이 증명됐다고 볼 여지가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특수관계가 해소됐다는 고려아연 측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재판부는 “영풍과 고려아연이 주식 등을 공동으로 취득하거나 처분하는 행위, 취득한 주식 등을 상호양도하거나 양수하는 행위,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는 행위 등에 관해 명시적인 합의를 한 사실은 없고,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신주발행무효의 소를 제기한 점, 고려아연이 공개매수에 대해 명시적으로 반대의 의사를 표시한 점 등을 고려하면 영풍과 고려아연은 ‘주식의 공동취득·공동처분·상호양수·의결권 공동행사 등’에 관해 합의한 사실이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자본시장법 제140조는 공개매수자 및 특별관계자는 그 주식 등을 공개매수에 의하지 않고는 매수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특별관계자는 특수관계인과 공동보유자를 의미하는데, 공동보유자가 아님을 증명한다면 특수관계인이 아니다. 공동보유자 여부는 ‘주식 등을 공동으로 취득하거나 처분하는 행위, 주식 등을 공동 또는 단독으로 취득한 후 그 취득한 주식을 상호양도하거나 양수하는 행위,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는 행위’를 할 것을 합의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법원은 이를 근거로 고려아연이 공동보유관계에 있지 않기 때문에 특별관계가 아니라고 본 것이다.
법원은 또 고려아연이 이사의 충실의무 및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했다는 영풍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영풍이 제출한 자료들만으로는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취득행위가 이사의 충실의무 또는 이사의 선관주의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는 점이 소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했다. 또 “자본시장법은 ‘공개매수 기간 중 그 공개매수의 대상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할 수 있는지’에 대해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며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것은 관련 법령에서 정하고 있는 절차 및 제한들을 준수하는 한 특별히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