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일반약 약국외 판매 논쟁, `국민불편해소는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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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11-06-07 오후 6:01:25

    수정 2011-06-07 오후 6:01:25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보건당국이 `국민불편해소` 차원에서 추진되던 일반약 약국외 판매를 약사들과 타협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렇다보니 의약품 구매 불편 해소 논의는 뒷전이고 의사와 약사간 갈등양상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전문가 회의를 거쳐서 약국이 아닌 장소에서 팔 수 있는 약을 선별하기로 결정했다. 전문가 회의에서는 약사법 개정이 필요한 `전문약, 일반약`으로 분류된 의약품 분류체계를 `전문약, 일반약, 약국외 판매용 일반약`으로 변경하는 것도 논의할 수 있다는 게 복지부의 입장이다.

사실상 `일반의약품 약국외 판매` 문제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되, 전문가들의 의견에 맡기겠다고 떠넘긴 모양새다.

내심 약사단체가 내세운 `주 1회 자정까지, 월 1회 일요일 영업`을 대안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약사들의 반대가 거세니 일반약 약국외 판매는 잠시 접어두고, `당번약국`으로 타협을 이룬 모양새다. `전문가 검토`라는 구색도 맞췄다.

일반약 약국외 판매는 `박카스, 까스활명수 등과 같이 안전성이 검증된 의약품을 왜 심야나 휴일에 문을 열지 않는 약국에서만 판매해야 하는가`라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박카스, 까스활명수는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돼 있지만 소비자들이 약사들에게 효능, 용법·용량, 부작용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구매하지 않기 때문이다. 두통약, 소화제 등 가정상비약들도 꼭 약사들의 안내를 거쳐 소비자들에게 판매돼야 하느냐 하는 문제제기도 나왔다.

약사법에 따르면, 안전성이 검증된 의약품은 일반약으로 분류하며 일반약을 판매할 때 약사들의 복약지도는 의무사항이 아니다.

복지부는 관련 논란이 제기될 때마다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국민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반복해왔다. 하지만 결국 전문가들과 상의해보겠다는 원론적인 수준만 내놓았을 뿐 `국민불편해소`를 위한 뚜렷한 대책은 제시하지 않았다.

문제는 앞으로 전문가 회의를 통해 논의될 의약품 재분류가 의사와 약사간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제대로 이뤄지기 힘들어 보인다는 것이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 도입 이후 11년간 단 한품목도 전문가 회의를 거쳐 `전문약→일반약`, `일반약→의약외품`으로 전환된 사례가 없다.

의약품 분류 시스템 변경도 약사법 개정 사안이기 때문에 전문가들의 논의로 결론나기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차라리 복지부가 의약품 분류 체계를 바꾸는 약사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움직임이라도 보였으면 `의약품 구매 불편 해소`라는 복지부의 진정성이 점수를 얻지 않았을까. 아니면 박카스, 까스활명수 등 일부 일반약을 의약외품으로 전환하는 것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라도 내놓았으면 비판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이다.

실제로 의사협회는 7일 "일반의약품이란 안전성이 확보돼 의사의 처방없이도 판매할 수 있는 의약품인데 안전성을 이유로 약국외 판매를 허용할 수 없다는 주장은 논리적 모순이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약사회는 "마치 의사만이 의약품의 안전성을 판단할 수 있는 것으로 주장하는 것은 책임과 의무는 없고 오직 권리만을 내세우는 것과 다름 없다"며 즉각 반격했다.

이르면 다음주 의사, 약사, 공익단체들로 구성된 중앙약사심의위원회가 의약품 재분류를 논의하게 되는데, 정상적인 논의가 진행될리 만무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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