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국민의힘 지도부가 공식 대선 선거운동 시작(12일)을 이틀 앞두고 전격적으로 대선 후보 교체를 감행하면서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기존 김문수 후보가 단일화 약속을 어겼다는 당 지도부를 향해 김 후보는 ‘정치 쿠데타’라며 법정 다툼에 나섰다.
 |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권영세 비대위원장의 모두발언이 끝난 후 의총장에서 퇴장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김 후보를 막아서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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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10일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당 지도부 주도의 사상 초유 대선 후보 교체 강행에 대한 입장을 밝힌 뒤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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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지도부는 10일 새벽 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김문수 후보의 당 대선 후보 지위를 박탈했다. 이어 이날 새벽 3~4시 후보 등록 절차를 다시 밟았는데, 무소속으로 있던 한덕수 후보만 입당해 입후보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저녁 9시까지 한 후보로의 대선 후보 교체 찬반을 묻는 전 당원 투표를 진행, 밤 10시 이를 추인한다. 이 투표에서 응답자 과반이 후보 교체를 찬성하면 사실상 한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확정된다. 후보 교체를 찬성하는 응답자가 과반이 안 되면 김 후보가 다시 후보직에 복귀하게 된다.
홍준표·안철수도 당 지도부 일제 비판 김 후보는 이날 아침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야밤에 정치 쿠데타가 벌어졌다. 대한민국 헌정사는 물론이고 전 세계 역사에도 없는 반민주적인 일이 벌어졌다”며 “불법적이고 부당한 후보 교체에 대한 법적·정치적 조치에 즉시 착수하겠다”고 했다. 그는 기자회견 후 당사에 마련된 대선 후보 사무실로 이동해 버티기에 나섰다. 당사 바깥에서 김 후보 지지자들이 고성을 지르며 당 지도부를 비판했다.
당내 유력 정치인도 당 지도부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의힘 대선 최종 경선에서 김 후보와 맞붙은 한동훈 전 당 대표는 “북한도 이렇게는 안한다”며 “아직도 국민의힘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그 추종자들에 휘둘리는 당인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안철수 의원도 “후보 단일화가 아니라 후보교체 정치공작극과 다름이 없다”며 “후보 단일화가 아니라 대선 패배주의에 따른 당권장악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대선 경선 패배 후 당을 떠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한밤중 후보 약탈교체로 파이널 자폭을 하는구나”라며 “미쳐도 좀 곱게 미처라”고 극언을 했다.
권영세 “읍참마속 심정으로 결단”
반면 권영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문수 후보는 당원들의 신의를 헌신짝같이 내팽개쳤다”며 “신속한 단일화 주장으로 국민과 당원들의 지지를 얻어놓고 막상 후보가 되자 시간을 끌며, 사실상 단일화를 무산시켰다”고 후보 교체 당위를 주장했다. 그는 당 지도부를 향한 김 후보의 비판이나 ‘후보자 지위 인정’ 가처분 신청 등을 들며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뼈아픈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정현 한덕수캠프 대변인은 후보 교체에 관해 “완전히 시간을 끌어서 결국 이것도 저것도 안 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기 때문에 불가피했다고 본다”고 했다.
 |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문수 대통령 후보 자격 취소·한덕수 예비후보 입당 및 대선후보 등록 과정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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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위원장은 새벽 시간에 한 시간만 국회에서 후보 등록을 받으면서 30개 가까운 서류를 요구한 게 한덕수 후보만을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엔 “경선에서 1등 한 후보(김문수 후보)가 약속했던 한덕수 후보와의 단일화를 위해서 만들어진 절차이고, 그러나 그 절차가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태에서 진행되는 것”이라며 “단일화 과정에서 당원·당규상 필요한 요식 행위로서, 등록 기간을 정한 것에 대해서는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으리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김 후보 측은 이날 ‘후보 선출 취소 효력정지 가처분’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제출했다. 법원이 가처분을 인용하면 후보 교체 절차는 중단된다. 특히 후보 등록 마감(11일) 이후 가처분이 인용된다면 정치적 충격은 더 커질 수 있다. 다만 법조계에선 주말사이 법원이 가처분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후보 변경을 둘러싼 법적 쟁점에 관해 “저희는 절차, 법적인 검토 다 거쳤다. (후보 교체에) 문제 없다고 본다”며 “특히 정당의 후보를 내는 문제는 정당의 정치적 결단, 이런 부분들도 상당히 가능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