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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38조 제1항은 관리단집회의 의결을 구분소유자의 과반수와 의결권의 과반수로 정하고 있다. 인원 과반수와 면적 지분 과반수가 모두 충족되어야 결의가 성립한다. 그런데 이 사건 건물의 규약은 인원 과반수 요건을 빼고 의결권 과반수만 충족하면 관리인을 뽑을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규약은 2011년 8월에 만들어졌다. 당시 상가 40호의 소유권은 분양 직전 잠시 신탁회사 한 곳에 있었고, 업무시설 20호는 한 은행에 있었다. 신탁회사와 은행이 합의해서 규약을 만들었고 이후 수분양자 마흔 명에게 이 규약이 그대로 적용되었다. 정작 상가를 사들인 사람들은 규약 제정에 참여하지 못했다.
대법원은 달리 보았다. 집합건물법 제29조 제1항은 규약의 설정과 변경에 구분소유자와 의결권의 각 4분의 3의 찬성이 필요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의결정족수를 사람 소유주 과반수 요건 없이 의결권만으로 정한 규약은 그 자체로 강행규정과 충돌할 여지를 안고 있다. 게다가 이 사건 규약은 처음부터 수범자의 의사가 빠진 채 만들어졌다. 면적이 한쪽으로 몰린 건물이라 상가 쪽은 처음부터 의결권 과반수를 모을 수 없는 구조였다. 한 명이 77퍼센트를 쥐고 있는 한 규약을 바꿀 4분의 3 찬성 역시 그 한 명의 협조 없이는 모을 수 없다. 결국 이 규약은 상가 구분소유자들의 의사반영을 영구적으로 배제시킬 위험을 내포한 것이었다. 대법원은 이를 사회통념상 현저히 타당성을 잃어 무효라고 보았다.
한 가지 더 살펴볼 점이 있다. 2019년 12월에 이 건물의 업무시설 전체가 또 다른 은행 한 곳에 통째로 넘어가면서, 한 사람이 의결권 77.52퍼센트를 쥐는 구조가 그대로 굳었다. 규약은 변하지 않았지만 그 규약이 작동하는 환경은 분명해졌다. 그 결과가 2020년 6월 4일 결의다. 41명 중 15명이 출석한 자리에서 단 한 명의 찬성표로 관리인이 정해졌다.
이 판결은 주상복합이나 복합용도 집합건물의 구분소유자들에게는 직접 와닿는 판결이다. 같은 건물 안에서도 상가와 주거, 업무시설은 이해가 갈릴 때가 많다. 누가 규약을 만들었는가, 그 시점에 수분양자의 의사가 반영될 통로가 있었는가, 면적 편중 때문에 어느 한쪽이 사실상 결정권을 독점하지 않는가. 이 세 가지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분양 단계에서 시행사 측 회사 한 곳이 다른 한 곳과 합의해 만든 규약이라면 적법한 절차를 거쳤더라도 내용에 따라 무효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판결의 의의다.
서울고등법원은 환송심에서 이 사건 정족수 규정이 무효라는 전제 위에서 2020년 6월 결의의 의결정족수 미달 여부를 다시 판단하게 된다. 결의가 무효가 될 가능성이 크다. 사건은 한 줄짜리 정족수 조항을 다투는 데서 시작했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분양 시점에 누가 누구의 의사를 빼고 규약을 만들었는지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했다. 주상복합이나 복합용도 건물의 상가 구분소유자라면, 자기 건물의 규약을 한 번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하희봉 변호사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학과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제4회 변호사시험 △특허청 특허심판원 국선대리인 △(현)대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국선변호인 △(현)서울고등법원 국선대리인 △(현)대한변호사협회 이사 △(현)로피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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