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소액공모 제도의 함정, 신속한 정비가 시급하다[별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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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주제의 법조계 이야기
간주공모 예외 규정 미비로 수백개사 위법 상태
소액공모 후 추가 투자마다 신고서 제출 의무
고시 개정만으로 해결 가능…금융위 조치 필요
  • 등록 2025-10-24 오전 7:30:00

    수정 2025-10-24 오전 7:30:00

[추원식 법무법인 YK 대표변호사] 정부는 2016년 1월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스타트업의 자금조달 활성화를 위한 인터넷소액공모(온라인소액투자중개) 제도를 도입했으나 관련 규정의 미비로 인해 이미 수많은 스타트업이 본의 아닌 규정 위반 상태에 놓여있다.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상 간주공모 조항에서 인터넷소액공모를 예외로 명시하지 않아 이를 활용한 스타트업들이 이후 추가 자금조달 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위법이 되는 제도적 함정에 빠진 것이다. 이 문제는 단순한 행정규칙 개정만으로 해결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방치되어 있어 정부의 신속한 조치가 절실히 요구된다.

추원식 법무법인 YK 대표변호사. (사진=법무법인 YK)
인터넷소액공모 제도의 성과와 숨겨진 위험

2016년 1월 25일 시행된 인터넷소액공모 제도는 창업·벤처기업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한 혁신적인 제도다. 증권신고서 제출 면제 등 공시의무를 대폭 완화하여 초기 스타트업의 자금조달 문턱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실제로 2023년 5월까지 980개사가 1067건의 펀딩을 통해 1839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특히 업력 3년 이하 기업이 전체의 51%를 차지하며 제도권 금융에서 소외된 초기 기업들에게 소중한 자금줄이 되어왔다.

그러나 이 제도에는 치명적인 법적 함정이 숨어있었다.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제2-2조는 이전에 공모 이력이 있는 기업이 추후 증권을 발행할 경우 단 1주라도 발행하면 공모로 간주하여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 조항에서 인터넷소액공모를 예외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청약 권유의 딜레마

인터넷소액공모는 그 본질상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청약의 권유’를 하는 행위다. 자본시장법상 이는 명백히 공모에 해당한다. 따라서 현행 규정을 엄격히 적용하면, 인터넷소액공모를 한 번이라도 활용한 기업은 이후 벤처캐피탈이나 사모펀드로부터 투자를 받을 때마다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일반공모는 약 27종, 소액공모도 약 17종의 공시서류가 필요한데, 이는 자금이 부족한 스타트업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과 행정부담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미 수많은 스타트업이 이러한 제도적 맹점을 알지 못한 채 인터넷소액공모 이후 증권신고서 제출 없이 추가 유상증자를 진행했다는 점이다. 이들 기업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본시장법 위반 상태가 되었고, 이는 향후 상장심사 등에서 중대한 결격사유가 될 수 있다. 정부가 좋은 의도로 도입한 제도가 오히려 스타트업들을 위법행위자로 만드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간단명료한 해결책, 정부 의지만 있으면 된다

다행히 해결 방법은 복잡하지 않다. 국회의 법 개정이나 국무회의를 거친 대통령령 개정도 필요 없다. 금융위원회 고시인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만 개정하면 된다. 구체적으로는 제2-2조의 간주공모 조항에 인터넷소액공모를 예외로 인정하는 단서 조항을 추가하고, 이미 발생한 위반 사례들을 구제하기 위한 소급적용 규정을 두면 해결된다. 이는 소관 부서장의 결재만으로도 처리 가능한 사안이다.

벤처 생태계 활성화는 현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다. 특히 스타트업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경제 혁신은 국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제도가 법적 함정이 되어 있다면, 이는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크게 훼손하는 일이다.

금융당국은 더 이상 이 문제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이미 인터넷소액공모를 활용한 수백개 스타트업이 잠재적 위법 상태에 놓여있고, 앞으로도 이 제도를 활용하려는 기업들이 같은 함정에 빠질 위험이 있다. 단순한 규정 개정만으로 해결 가능한 문제를 방치하는 것은 행정의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스타트업들이 안심하고 다양한 자금조달 수단을 활용할 수 있도록, 그리고 본의 아니게 규정 위반 상태가 된 기업들을 구제하기 위해 금융위원회는 조속히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 혁신과 성장을 외치면서 정작 혁신 기업들을 법적 사각지대에 방치하는 모순을 더 이상 지속해서는 안 될 것이다.

■추원식 변호사 △서울대 법과대학 △제36회 사법시험 합격 △사업연수원 26기 △(전)서울지방검찰청 검사 △미국 뉴욕주 변호사(2005년) △(전)법무법인 광장 파트너 변호사 △(현)법무법인 YK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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