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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밀 작전을 논의하는 채팅방에 미국의 대표적인 시사·문화·정치 매거진인 애틀랜틱의 제프리 골드버그 편집장이 실수로 추가된 것이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골드버그 편집장이 채팅방 대화에 포함된 것을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인지했다.
이러한 기밀 작전 논의는 미국 정부가 공식 승인하지 않은 민간 메시지 앱 ‘시그널(Signal)’을 이용해 이뤄져 심각한 보안 위반으로 간주되며, 앞으로 국가안보 대응 시스템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골드버그 편집장은 해당 채팅방의 대화 내용을 바탕으로 이날 애틀랜틱에 폭로 기사를 게재했다. 그는 기사를 통해 미 중앙정보국(CIA) 고위 관계자의 신원과 현재 진행 중인 작전 세부 내용 등 민감한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일부 내용은 포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브라이언 휴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이 메시지 체인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맞다”며 “어떻게 이런 실수가 발생했는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은 최고위 관계자들이 긴밀하게 정책을 조율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현재까지 군과 국가안보에는 위협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사건에 대한 기자단의 질문을 받고 “난 아무것도 모른다”며 “나는 애틀랜틱의 팬이 아니다”라고 모르쇠 입장을 유지했다. 캐롤라인 리빗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클 월츠 국가안보보좌관을 포함한 국가안보팀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골드버그가 공개한 채팅 내용에 따르면 밴스 부통령과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유럽 동맹국을 폄하하는 발언을 주고받았다. 밴스 부통령은 “유럽을 또다시 구제하는 것이 싫다”고 말했고, 헤그세스 장관은 이에 동조하며 “유럽의 무임승차는 한심하다(PATHETIC)”고 표현했다.
이러한 발언은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부터 국제 해상로를 보호하는 다국적 작전에 미국만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불만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안보 전문가들은 “전례 없는 보안 사고”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워싱턴포스트(WP) 출신의 국가안보 전문 기자 셰인 해리스는 “내가 25년간 국가안보를 취재해오면서 이런 사건은 본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미 하원 군사위원회 소속 민주당 팻 라이언 의원은 “이것이 사실이라면 전쟁 중 최악의 보안 사고 중 하나”라며 “하원 공화당이 즉각 청문회를 열지 않는다면 내가 직접 열겠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