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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심인 서울고등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였다. 관리처분계획의 인가 고시가 나면 사업시행자인 재건축조합이 종전 토지와 건물을 사용·수익할 수 있게 되므로, 입주민들의 점유도 조합에 승계된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뒤집었다. 관리처분계획의 인가 고시만으로는 입주민들의 점유가 재건축조합에 자동으로 넘어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 그런가. 점유라는 것은 어떤 물건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내가 살고 있는 집, 내가 주차하고 있는 주차장, 내가 드나드는 놀이터 이런 것들에 대해 사실상 지배하고 있으면 점유가 인정된다. 중요한 것은 사실상이라는 점이다. 서류상의 권리 변동이 아니라, 실제로 누가 쓰고 있느냐가 핵심이다.
비유하자면 이렇다.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다음 달까지 나가달라”고 통보했다고 해서, 그 순간 집주인이 그 집을 점유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세입자가 실제로 짐을 싸서 나가고 열쇠를 돌려줘야 집주인의 점유가 시작된다. 관리처분계획의 인가 고시도 마찬가지다. “이제 사업을 시작할 테니 인도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긴 것이지, 그 자체로 수만 평의 단지 전체에 대한 점유가 조합으로 넘어오는 것은 아니다.
이 판결에는 또 하나의 쟁점이 있다. 이 단지에는 두 개의 아파트 구역이 있고, 각각 별도의 재건축조합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단지 내 공동시설은 두 아파트 입주민들이 함께 써왔다. 그런데 제1구역의 조합이 이주를 마쳤다고 해서, 제2구역 입주민들의 공동시설에 대한 점유까지 제1구역 조합이 가져간 것으로 볼 수 있을까. 대법원은 이 부분도 쉽게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제2구역 입주민들이 제2아파트 전유 부분과 함께 공동시설의 점유까지 참가인(제2구역 조합)에게 넘겨준 것인지, 아니면 여전히 직접 점유하고 있었던 것인지를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판결이 재건축 실무에 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첫째, 재건축조합이 종전 토지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려면, 관리처분계획의 인가 고시에 안주하지 말고 실제로 점유를 인도받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주 완료, 매도청구소송 확정, 보상금 지급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셋째, 취득시효를 주장하는 측으로서는 점유의 승계 경로를 빈틈없이 입증해야 한다. 수십 년간 입주민들이 사용해왔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점유가 누구를 거쳐 현재의 청구인에게까지 이어졌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오래된 아파트 단지의 재건축이 활발해지면서, 과거에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등기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 판결은 서류상의 절차와 현실의 점유는 다르다는 당연한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재건축을 추진하는 조합이든, 토지 소유자든, 이 원칙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하희봉 변호사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학과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제4회 변호사시험 △특허청 특허심판원 국선대리인 △(현)대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국선변호인 △(현)서울고등법원 국선대리인 △(현)대한변호사협회 이사 △(현)로피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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