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도 헷갈리는 김영란법…"배석판사는 부하? 동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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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김영란법 행동지침 마련 내부 배포
'재판장은 배석판사의 상급자인가 동료인가' 기준없어
"개별 사안에 따라서 판단…그냥 선물받지 말라"
애매한 부분 수북…"지침이 판단기준 아냐"
  • 등록 2016-09-27 오후 12:00:00

    수정 2016-09-27 오후 2:02:08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A 판사는 외국 여행을 다녀오는 길에 면세점에서 20만 원짜리 양주를 사서 소속 재판부의 재판장에게 선물했다. B 판사도 마찬가지로 비슷한 가격대의 선물을 소속 법원장에게 했다.

28일 이른바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앞의 사례처럼 법원장은 소속 법관에게서 선물을 받으면 안 된다. 직무관련성이 인정되기 때문에 5만 원 이하라도 처벌 대상이다. 그렇다면, 재판장이 배석판사에게 선물을 받아도 될까. 대법원도 확답을 내놓지 못한 상태다.

법원행정처는 27일 법관 등에게 배포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관련한 내부 지침에서 아예 “재판장은 배석한테서 금품을 받지 마라”고 당부했다.

재판장 1인과 배석판사 2인으로 구성하는 합의부에 직무관련성을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는 해석이 갈리기 때문이다. 일단 배석 판사 입장에서 재판장은 직무관련자가 아니다.

재판장 입장에서 배석판사는 직무관련자일 수 있고 아닐 수 있다. 동등한 지위를 갖는 판사로서 본다면 직무관련성이 없으나 재판장의 소송 지휘를 따라야 하는 배석을 아랫사람으로 보는 게 맞다는 견해가 있다. 반면에 이러한 재판장의 지위를 인정하게 되면 법관을 위아래로 규정짓게 된다. 법원 스스로가 판사 개개인이 갖는 재판 독립권 침해를 인정하는 꼴이다.

대법이 내놓은 답도 모호하다. 지침은 “직무관련성 판단은 재판사항으로 앞으로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재판장은 배석판사한테 금품을 받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하면서 아예 문제의 소지를 만들지 말라고 당부한다.

변호사와 관계에서 직무관련성 여부도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우므로 빌미를 제공하지 말라”는 식이다. 사건이 진행 중이든, 사건이 종결됐든, 사건과 아무런 연관이 없든, 변호사가 아닌 법인이든 간에 직무관련성은 개별 사건마다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은 “변호사와 사교나 의례적인 만남을 하려면 식사비는 각자 부담하고 어려우면 3만 원 이내로 접대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청탁금지법상 직무관련성 판단은 재판사항으로 앞으로 개별적 사안에 대한 판례의 형성ㆍ축적을 통해 구체화돼야 한다”고 했다.

이렇듯 모호한 부분이 있는 탓에 지침을 따르더라도 앞으로 문제가 불거졌을 때 방패가 될 수 없다. 지침은 “여러 법리적인 쟁점이 있는 사항에 대해 법관 및 법원공무원에게 행동기준을 제시하려는 것이지 나중에 구체적인 사건에서 법원의 재판규범 또는 판단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명확하게 갈리는 부분은 있다. 법원장은 소속 법관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갖고 직무상 명령을 내리는 상급자여서 소속 법관은 직무관련자에 해당한다. 또 법관은 인사평정대상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원장이 소속 법관한테 금품을 받으면 김영란법 위반이다. 반면에 일반 판사 입장에서 법원장은 직무관련자가 아니라서 법원장에게서 어떠한 금품을 받아도 상관없다.

부서가 다르면 직무관련성이 없어서 판사끼리 아무리 비싼 술을 마시고 한쪽에서 몽땅 계산하더라도 김영란법에 걸리지 않는다. 법관이 재판부에 소속한 참여관이나 실무관, 속기사에게서 금품을 받거나 반대로 주더라도 문제없다. 법관이 공무원의 근무평정을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직무상 명령을 내리는 입장으로 보면 직무관련성이 있다는 견해도 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법조-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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