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연구에서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약리학교실/가톨릭임상약리학연구소 한성필 교수(교신저자), 최수인 연구교수(공동 제1저자), 이정현 연구원(공동 제1저자)은 ‘다중 장기칩(multi-organ-on-a-chip)’과 ‘생리기반 약동학 모델(PBPK)’을 결합한 플랫폼을 구축했다. 이 두 기술을 결합함으로써, 실제 사람 몸속에서 약물이 어떻게 흡수되고, 어디서 대사(분해)되며, 어떻게 배출되는지를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
‘다중 장기칩’이란 사람의 장기 구조와 기능을 모방한 작은 칩 형태의 장치를 말한다. 이번 연구에서는 사람의 장, 간, 신장 세포를 각각 3차원 구조로 배양한 후, 이 장기들이 마치 몸 안에서처럼 서로 연결된 상태로 약물 반응을 실험했다. 이 시스템은 ‘마이크로생리학 시스템(MPS, microphysiological system)’이라고 불리며, 약물이 체내를 어떻게 돌아다니는지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기존에는 세포 한 종류만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나 동물실험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사람과 동물은 생리적인 구조가 달라서 정확한 예측에 한계가 있었다. 이번 연구는 사람의 주요 약물 대사기관들을 실제처럼 연결해, 복잡한 생리 반응을 더 정밀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연구팀은 ‘생리기반 약동학 모델(PBPK, Physiologically Based Pharmacokinetic model)’을 사용해 약물이 몸속에서 어떤 경로로 움직이는지를 컴퓨터로 예측했다. 이 모델은 사람의 체내 장기 크기, 혈류량, 대사 능력 등 실제 생리학적 정보를 바탕으로 약물 농도 변화를 시뮬레이션하는 수학적 모델이다.
예측된 약물의 최고 농도(Cmax), 그리고 일정 시간 동안의 전체 노출량(AUC, 면적 아래 면적) 같은 핵심 지표도 실제 임상과 거의 같아, 연구 모델의 정확성과 실용성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장기칩 안의 세포들이 약물에 노출된 후 어떤 유전자가 얼마나 활성화되는지를 분석했다. 이 과정을 RNA 시퀀싱이라고 하며, 유전자의 발현 패턴을 통해 세포가 어떤 반응을 일으키는지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
이 분석을 통해 연구팀은 약물 반응과 관련된 유전자 신호, 그리고 독성 반응과 연결될 수 있는 분자 단서(바이오마커)를 찾아냈다. 이는 약물의 부작용을 미리 예측하거나, 사람마다 다른 유전자 반응을 고려한 ‘맞춤형 약물’ 개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연구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고, 국제학술지 BioChip Journal에 게재되었다. 특히 가톨릭임상약리학연구소는 2024년부터 향후 5년간 총 9.5억 원 규모의 국가 연구를 주도하며, 사람의 생리 시스템을 모사한 임상시험 설계 기술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다인바이오, 홍익대학교, ATG Lifetech 등과의 산학협력을 통해 연구의 정밀도와 완성도를 높였고, 이는 국내 바이오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더불어 학부생과 대학원생, 신진 연구자들에게 첨단 미세생리학 시스템과 계량약리학을 접목한 실무형 융합 연구 경험을 제공하며, 차세대 바이오 의약품 개발 인재 양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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