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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에서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사업의 부지를 확보하려던 회사가 중개법인에 사업 부지 일대의 부동산 매입을 의뢰했다. 중개법인의 중개로 회사는 2021년 10월 토지와 건물을 28억 원에, 이듬해 4월 다른 토지와 건물을 33억 5,000만 원에 사들였고, 각각 거래금액의 0.9%에 부가가치세를 더한 합계 6,088만여 원을 계약일에 중개보수로 주기로 약정했다. 그러나 회사는 보수를 주지 않았고, 중개법인이 소송을 냈다. 1심에서 회사는 다투지 않았고, 법원은 변론 없이 중개법인의 청구를 전부 받아들였다.
그런데 항소심은 달랐다. 약정한 복비가 너무 많다며 절반으로 깎았다. 중개를 맡게 된 경위, 업무의 난이도, 들인 노력, 회사가 얻은 이익, 약정 당시의 법정 상한요율 등을 고려하면 약정보수가 부당하게 과다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는 이유였다. 법원은 회사가 구체적 사정을 들어 감액을 주장 증명하지 않았지만 직권으로 이처럼 정했다.
이 기준에 비추면 항소심은 부족했다. 매매 목적물이 어떤 경위로 중개 대상이 됐는지 외에는 구체적인 사실을 심리하지 않은 채, 난이도와 노력과 이익이라는 추상적인 사정만 나열했다. 왜 하필 절반인지도 알 수 없다. 대법원은 이런 판시만으로는 중개보수 청구를 제한할 근거를 알 수 없다고 보았다.
이 판결로 복비 감액의 길이 막힌 것은 아니다. 약정보수라도 신의칙으로 제한될 수 있다는 법리는 그대로 유지됐다.그러나 감액은 어디까지나 예외이고, 예외를 인정하려면 그에 걸맞은 구체적 사실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본 것이다. 보수가 많아 보인다는 인상만으로 절반을 깎을 수는 없다.
약속한 복비는 원칙적으로 약속대로다. 반값으로 깎으려면, 깎자는 쪽이든 깎는 법원이든 근거를 충실히 내놓아야 한다.
■하희봉 변호사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학과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제4회 변호사시험 △특허청 특허심판원 국선대리인 △(현)대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국선변호인 △(현)서울고등법원 국선대리인 △(현)대한변호사협회 이사 △(현)로피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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