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수영 기자]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가 저조한 실적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국의 글로벌 석유회사 BP 지분을 확보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9일(현지시간) 전했다.
블룸버그는 이날 보도에서 “엘리엇이 사들인 BP의 지분 규모는 정확히 확인이 안되지만, 대규모 지분 인수 후 최고경영자(CEO) 사임, 기업 구조조정 등을 요구해온 엘리엇의 성향을 감안할 때 큰 변화를 요구할 것”이라고 봤다.
블룸버그는 또 “엘리엇이 이번 기회에 BP 경영진에게 회사의 완전한 해체를 요구하거나 일부 취약한 사업에서 철수할 것, 미국에 재상장 할 것을 제안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영국의 대형 석유회사인 BP 브랜드 [사진=연합뉴스] |
|
엘리엇이 BP 지분을 인수한 것은 회사가 최근 몇년간 경영 및 사업 전략 변화를 시도했지만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하면서 큰 손실을 입고, 주가가 하락해 주주들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실제 BP의 주가는 지난 1년 동안 약 9% 하락하면서 시가총액은 870억달러로 줄어든 반면 같은 기간 경쟁사인 쉘은 주가가 6.5% 오르며 시총이 BP의 두배 수준이다. 엑손모빌의 시총은 BP의 5배에 달한다. BP는 코로나 팬데믹 당시 배당금을 큰 폭으로 줄이는 등 부채를 줄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독일 정유소와 미국 육상 풍력 사업 부문을 매물로 내놓는 등 비용 절감을 모색하고 있다. 또 해상 풍력 자산을 일본회사인 ‘제라’(Jera)와 합작 투자하는 형태로 분사했다. 지난달에는 전체 직원의 5%가 넘는 4700명을 해고하고 계약직 직원 수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11일(현지시간) 4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지난해 4분기에만 최대 3억 달러의 손실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에선 BP의 4분기 실적에 대한 컨센서스 추정치를 약 35%로 낮추는가 하면 당초 회사가 약속한 자사주 매입 비용(17억5000만달러)을 줄일 것으로 우려했다.
현재 영국 투자은행들 사이에선 쉘이 BP를 인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아부다니 국영 석유회사인 애드녹, 미국 석유 대형사인 셰브론도 인수 후보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합병 후 윤활유 사업 및 멕시코만 내 자산에 대한 경쟁 우려, 일자리 감소 가능성에 대한 정치적 우려가 커 실제 인수합병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라고 블룸버그는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