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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70곳·최대 119곳 中지지…“평화 통일 명시 안해”
9일(현지시간) 이코노미스트가 자체 추산한 결과 현재까지 중국의 대만 통일에 대해 친화적인 외교적 수사, 즉 ‘공식적으로’ 지지를 표명한 국가는 총 70개국으로 집계됐다. 이들 국가는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라틴아메리카 등에 걸쳐 있으며, 97%가 남반구에 위치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호주의 싱크탱크인 로위 연구소 역시 지난달 15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난해 말 기준 119개국이 “대만 문제는 중국의 국가 주권과 영토 보전에 관한 것”이라는 중국의 주장을 지지했다고 분석했다. 또 89개국은 중국의 통일 노력에 대해서도 지지를 표했다고 설명했다. 119개국은 유엔 회원국의 62%에 달하는 규모로, 2023년 2월 싱가포르 국립대 연구에서 중국을 지지하는 국가가 51개국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최소 68개국 이상을 추가 확보한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지난 18개월 동안 남반구 전역에서 외교적 공세를 펼친 결과”라며 “중요한 건 대부분의 국가가 중국의 대만 통일 노력을 지지하는 ‘새로운’ 외교적 수사를 채택하는 과정에서 ‘평화적이어야 한다’고 명시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중국은 세계가 대만 침공에 대한 정당성이나 합법성을 인정하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지난해 9월에는 중국의 아프리카 수교국 53곳이 베이징에서 열린 정상회담에 참석해 대만이 중국 영토라는 데 동의한다는 내용의 성명에 서명했다. 이들 국가는 성명에서 “중국의 대만 통일 노력을 확고히 지지한다”고 표기했는데, 이 역시 대만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던 2021년 정상회담 성명과 대비된다. 당시엔 중국이 영토 및 해상 분쟁을 평화롭게 해결하는 것을 지지했다.
그렇다고 중국이 일방적으로 자금을 지원해주는 것도 아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통해 각국의 중요한 천연자원에 대한 접근 권한을 확보했다”며 “스리랑카에 투자를 약속한 항구 두 곳 역시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라고 설명했다.
무력 침공 우려↑…대만 유사시 제재 효과 없을수도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통일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미국 관리들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인민군에 2027년까지 대만을 침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것을 지시했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중국의 대만 통일을 지지하는 국가가 늘어난다는 것은 유엔을 통한 제재나 국제사회의 비난·비판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이 주도해 중국에 제재를 가하더라도 이를 준수하는 국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호주 국방부 관리 출신인 벤자민 허스코비치는 “유엔 회원국의 거의 절반이 의도적이든 아니든 중국의 대만 점령을 공식 지지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이들 국가가 실제로 어떻게 대응할지는 불분명하지만 중국은 해당 국가들이 자국의 무력 사용에 청신호를 보냈다고 묘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중국이 국제적 지지를 ‘보편적 합의’로 과대 포장할 것이란 의미다.
싱가포르 국립대의 자이안 청 박사는 “중국의 외교적 공세는 우크라이나 전쟁과도 관련이 있다. 러시아가 직면한 외교적 고립을 목격한 뒤 같은 상황을 피하려는 것”이라며 “제재시 석유 및 기타 자원을 지속 공급할 수 있는 상황을 보장하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합법적으로 보여지는 것을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지지 입장을 선회토록 강요할 수 있다는 점이 변수다. 실례로 파나마는 2017년 이후 대만과 관련해 중국의 입장을 지지해 왔으나,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일대일로에서 탈퇴하고 파나마 운하 인접 항구를 통제하는 중국 기업들에 대한 감사를 실시했다. 한편으론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가자지구, 파나마에 대한 야욕이 중국에 대만 침공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