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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는 1960년 미국 보스턴에서 태어나 교육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안정된 길을 택하기보다, 아프리카로 건너가 교육 봉사 활동에 나섰습니다. 미국 안에서도 유럽적 전통과 보수성이 뚜렷한 도시인 보스턴에서 자란 그가, 생소한 아프리카 땅에서 겪은 청년기에 받았을 자극은 훗날 넷플릭스를 이끌며 보여준 그의 개척정신과 뚜렷하게 맞닿아 있습니다.
헤이스팅스는 1991년 ‘퓨어 소프트웨어’라는 회사를 창업했습니다. 하지만 이 회사를 1997년에 매각하고, 그 자본으로 실리콘밸리에서 ‘넷플릭스(Netflix)’를 창업합니다. 넷플릭스의 창업 계기로 알려진 이야기는, 그가 ‘블록버스터’라는 비디오 대여점에서 ‘아폴로 13(Apollo 13)’이라는 비디오를 늦게 반납했다가 벌금을 낸 경험입니다. 이 불편한 일이 불씨가 되어, 그는 기존 비디오 대여 서비스의 불합리함과 고객 불만족을 개선하려는 필요를 느껴 넷플릭스를 창업했다는 것입니다. 요컨대, 넷플릭스는 사용자 경험에 대한 자극에서 출발한 서비스였습니다.
넷플릭스를 창업한 이후, 그는 한 차례 더 강력한 자극을 받습니다. 넷플릭스가 수익을 내지 못하던 시절, 헤이스팅스는 경쟁자로 간주했던 블록버스터를 직접 찾아가 회사 인수를 제안합니다. 하지만 블록버스터는 이 제안을 단칼에 거절합니다. 어쩌면 이 시점이야말로, 그가 진짜 독기(毒氣)를 품고 넷플릭스를 본격적으로 키우기 시작한 ‘자극의 분기점’이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헤이스팅스는 조직을 하나의 ‘팀’으로 정의하며, 경영을 스포츠처럼 여기는 지독한 승부사였습니다. 그는 조직과 구성원에게 불필요한 자극은 줄이되, 한 번의 자극은 결코 가볍지 않게 만드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그의 대표적인 인사 원칙이 바로 ‘천천히 채용하고, 빨리 해고하라(Hire slow, Fire fast)’입니다. 즉, 최고의 인재를 신중히 선발하되, 성과가 미진한 인재에 대해서는 빠르게 해고하는 구조입니다.
팀원들은 실제로 자신의 옆자리에 앉아 있던 동료가 낮은 평가를 받고 회사를 떠나는 장면을 자주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넷플릭스는 자유와 책임(Freedom and Responsibility)이라는 슬로건으로 자율적인 근무 환경을 보장하는 동시에, ‘회사에 가장 이로운 방향으로 행동하라(Act in Netflix’s best interests)’는 강한 기준을 구성원들에게 내재화시켰습니다. 겉보기에는 자유로운 문화처럼 보이지만, 중요한 순간에는 결과와 책임을 명확히 따지는 문화였습니다.
그에게 자극은 단지 고통이 아니라, 배움이었습니다. 과거 퓨어 소프트웨어 시절, 관료주의의 해악을 뼈저리게 겪은 그는 넷플릭스에 들어와 그때의 교훈을 반면교사 삼아 가혹할 만큼 솔직하고 파격적인 피드백 문화를 설계했습니다. 넷플릭스의 360도 피드백은 단순한 인사제도를 넘어, 조직 전체에 깊은 자극과 성찰을 유도하는 문화의 핵심이 되었던 것입니다. 리더는 스스로, 조직에게, 조직으로부터 자극을 멈추면 안됩니다. 자극이 멈춰지면 성장도 즉각 멈춥니다. 자극은 곧 성장입니다.
■문성후 대표 △경영학박사 △외국변호사(미국 뉴욕주) △연세대학교 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