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지난달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파행으로 끝난 가운데, 미국 유명 정치 풍자 프로그램 ‘SNL’(Saturday Night Live)이 회담 내용을 풍자해 이목을 끌었다.
 | 사진=유튜브 채널 'SNL'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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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현지시각) 방송된 SNL은 정상회담이 열린 백악관 집무실을 그대로 재연한 세트에서 “트럼프와 젤렌스키 회담은 아주 성공적이었다. 이를 본 모든 사람이 안심하며 ‘이제 세상이 더 안전해졌다’고 생각했다”는 멘트로 시작했다.
이어 극 중 트럼프 대통령으로 분장한 배우는 젤렌스키 대통령 역의 배우를 향해 “스타트렉처럼 격식 없게 옷을 입은 젤렌스키에게 감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는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부터 군복 스타일의 옷을 고수해 온 젤렌스키 대통령을 보고 트럼프 대통령이 “오늘 정말 잘 차려 입었다”며 비꼰 것을 겨냥한 장면이다.
또 영상에서 트럼프는 젤렌스키에게 “푸틴(러시아 대통령)에게 당신이 얼마나 그를 사랑하고, 러시아를 침공해서 얼마나 미안한지에 대해 이야기하라”면서 “당신의 아내와 (푸틴이) 하룻밤을 보내도록 제안하는 것도 좋겠다”고 했다.
 | 사진=유튜브 채널 'SNL'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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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당황한 젤렌스키가 뭐라고 말을 시작하려고 하자 극 중의 JD 밴스 미국 부통령 역의 배우가 곧바로 그의 말을 끊었다. JD 밴스는 “뭔가 빠졌다. 당신은 지금 15초 동안 ‘감사합니다’라고 말하지 않았다. 우리가 잘 생겼다고 말하지도 않았다”고 외쳤다. 앞서 밴스 부통령은 회당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무례하다.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감사함을 표시해라”고 요구한 바 있다.
트럼프는 다시 젤렌스키에게 “그러고 보니 당신은 정장도 입지 않았다. 이건 무례한 행동”이라며 “백악관에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나타나다니 쓰레기 같은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그 순간 검은색 티셔츠를 입고 전기톱을 들고 온 한 남성이 스튜디오로 난입했다. 이 남성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연기한 배우였다. 이는 회담 이틀 전인 지난달 26일 트럼프 2기 행정부 첫 내각회의 때 머스크 의 티셔츠 차림을 재현한 모습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머스크의 복장은 문제 삼지 않아 놓고, 정상회담에선 젤렌스키 대통령의 군복 차림을 지적했다는 것을 비꼰 것.
 | 사진=유튜브 채널 'SNL'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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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극중 머스크는 트럼프에게 “도널드, 그런데 당신 지금 내 사무실에서 뭐하고 있는 거냐”고 물었다. 이는 트럼프 정부의 실세로 떠오른 머스크 CEO를 풍자한 것이다.
다만 해당 방송이 끝나고 머스크는 자신의 엑스(X·구 트위터)에 SNL을 가리켜 “또 다른 극좌 선전 기계일 뿐”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영국 인디펜던트지는 “SNL이 트럼프·젤렌스키 회담을 잔인하게 조롱했다”고 평가했다.